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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집 이야기] 집의 작고 큰 이야기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지난 3년간 공간, 꿈, 집을 만드는 시간 등 집에 대해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먹을 것을 만들고 몸을 누이는 보금자리인 집은 우리 삶을 만들고 버티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집의 구조, 평면의 구성 등 집의 굵직한 이야기부터, 손잡이와 화장실 같은 작은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 왔다. 마지막으로 집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행복한 집에서 살아가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고자 한다. 집의 큰 이야기 집의 큰 이야기들은 집을 집답게 하는 기본적인 요소들에 대한 것이다. 집의 구조, 평면이나 단면 등 공간의 구성, 채광과 환기 등은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을 위한 기본적인 ..
2021.02.17 -
[소소한 집 이야기] 집짓기의 시간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집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TV 프로그램에서는 집을 소개하고 찾아보며 살아보기까지 한다. 아파트를 벗어나 우리 가족의 집을 지으려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집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우리 집, 내 공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또한 집을 짓거나 고치는 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집짓기의 시작 집을 짓기로 마음먹는 것에서 집짓기는 시작된다. 마음의 결정을 했으면 예산과 가족들의 생활방식에 따라 지역을 결정하고, 살고 싶은 동네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다. 도시가 좋은지 한적한 동네가 좋은지부터, 대중교통, 병원이나 시장과의 거리 등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서로 다를 수 있다. 대화를 통해 ..
2021.02.17 -
[소소한 집 이야기] 시선이 마주치고 흘러가는 집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2020년이다. 때로는 머물러 있고, 때로는 움직이고, 때로는 일도 하는 공간. 집에 대해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며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집의 어디에 머물든 내가 무엇을 할 때 어떤 것을 바라보느냐, 누구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공간에 대한 감각과 감상은 달라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의 기억도 달라진다. 들어서기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섰을 때 무엇을 마주하게 되느냐에 따라 집에 들어섰을 때의 감상은 달라진다. 현관에서 동선이 흩어지거나 꺾이는 경우 벽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공간에 들어섰을 때 마주하게 되는 벽은 다시 나를 밀어내는 듯 느껴지기도 하..
2021.02.17 -
[소소한 집 이야기] 주택살이의 고단한 즐거움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기록적으로 긴 장마를 지나왔다. 더위보다는 비와 산사태, 코로나로 기억될 여름을 지나 이제 가을과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주택살이 예전과 달리 지금 우리나라에는 아파트에 사는 인구가 훨씬 많다. 그러하다보니 지금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주택살이가 처음이거나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파트에 사는 우리는 관리비만 낼 뿐 집의 관리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건물에 때가 탈 때, 계절이 바뀔 때, 어딘가 상하거나 낡았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주택에 살게 되면 예방할 수 있는 문제를 키우는 경우도 많다. 멋진 마당에 파라솔과 테이블을 놓고 텃밭에서 상추를 뜯어 바비큐를 하는 로망은 주택살이의 전..
2021.02.17 -
[소소한 집 이야기] 딛고 서는 집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공간을 인지하는 가장 중요한 감각은 시각이지만, 여름이면 발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던 장판의 느낌, 걸을 때마다 삐끄덕 소리가 나던 오래된 마루의 매끈하고 거친 촉감은 공간에 대한 기억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발의 감각 나무의 든든함, 매끈한 석재의 시원함, 부드러운 카페트의 따뜻함은 대부분 발로 느끼는 감각이다. 우리의 시선은 벽과 천장, 조명 등에 주로 머물지만, 우리가 공간에 서 있을 때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이서 직접 공간을 감지하는 우리 신체는 발이다. 발로 느끼는 감각은 공간을 인지하는 데 있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집을 짓고 인테리어를 할 때 벽이나 조명에 비해 그리 중요하게 취급되지 못하지만 그..
2021.02.17 -
[소소한 집 이야기] 내가 행복한 집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어쩌다 보니 단독주택 설계를 주로 많이 하는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집을 짓기 위해 처음 만나 새로운 집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는 시간은 늘 즐겁고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모두 각자의 작고 큰 꿈을 담은 집을 지었다. 집을 위한 대화 건축가와 건축주가 만나 나누는 대화는 어떤 면에서는 연애와 비슷하다. 처음에는 방 몇 개, 주방, 창고, 차고, 예산 등 딱딱한 이야기만 하지만,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며 진짜 속내를 이야기하게 된다. 내가, 내 아내가, 내 아이가 꾸는 꿈은 무엇인지, 내가 가족들에게 바라는 모습은 무엇인지, 사실 진짜 갖고 싶은 공간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그때가 이 집의..
2020.12.04 -
[소소한 집 이야기] 숨어있는 작고 큰 공간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몇 달 동안 온 가족이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집에 있는 모든 장난감은 다 거실에 나와 있는 것 같다. 매 끼니 집에서 식사를 하니 널려 있는 식기도 주방 집기도 점점 많아진다. 자주 장을 보기 힘드니 식재료도 넣을 곳이 없다. 수납장을 하나 더 살까 싶다. 생활공간을 위한 숨은 공간 집에서 우리가 주로 생활을 하는 공간은 거실, 침실, 주방 등의 공간이다. 이 공간들은 눈에 잘 보이기 때문에 이 공간들에만 모두가 관심을 둔다. 하지만 이 드러나 있는 공간들이 잘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잘 작동하는 숨겨진 공간들이 필요하다. 사계절의 나라, 미니멀은 어렵다. 수납공간은 대표적인 숨은 공간이다. 수납공간이 충분치 못..
2020.12.04 -
[소소한 집 이야기] 오르내리는 즐거운 경험의 공간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모두에게 그 어느 해보다 집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을 봄이 지나가고 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지루하고 답답할 때, 계단이 있는 조금 더 즐거운 집을 상상해보면 어떨까. 오르고 내리는 공간, 계단 계단을 보면 설렌다. 우리나라의 많은 이들이 아파트와 같이 단층의 단순한 집에 살기 때문이기도 하고, 계단 위의 공간은 이 공간에서 보이지 않아 지금 이 공간과는 다른 미지의 공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집에 들어섰을 때 계단이 보이면 괜히 좋아 보이고, 건축 디자인에서는 계단 자체를 디자인 요소로 부러 드러내기도 한다. 오르고 내리면서 시야와 시선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예상치 못한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하는..
2020.12.04 -
[소소한 집 이야기] 집 밖의 집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3월이면 봄이 온 듯 설레지만, 진짜 봄은 식목일 이후에 시작된다. 집 밖의 집, 집의 바깥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 때가 시작되었다. 마당이 있는 삶 우리 조상들은 마당의 개수가 곧 집의 크기였던 한옥에 살았다. 사랑채, 안채, 행랑채 등 각 건물들은 각각의 마당이 있었고, 모든 집들은 집보다 큰 마당이 있어 많은 시간을 마당에서 보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마당과 가까운 생활에 낯설다. 우리 주거의 60% 이상은 아파트며, 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상황이 그러하다 보니, 마당이나 테라스, 옥상이 있는 집을 만들거나 그런 집에 살게 되었을 때 우리 대부분은 그 공간을 잘 만들고 사용하는 데 서툴..
2020.12.04 -
[소소한 집 이야기] 함께 사는 집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이 지나간다. 날씨와 관계없이 3월이면 이미 봄인 듯 마음이 들뜨고 괜스레 볕도 더 따스해 보인다. 좋지 않은 소식들로 힘든 봄이지만, 반려동물, 반려식물과 함께 설레는 봄을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식물의 힘 플랜테리어라는 단어가 인기를 끌면서 인테리어에서 식물의 위상이 높아졌다. 트렌드와 더불어 미세먼지와 공기정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멋진 카페에는 멋진 식물이 있고, 인테리어 잡지나 패션잡지의 화보에서도 식물은 빠지지 않는다. 그런 분위기가 대세가 되기 좀 전부터 우리 집과 사무실에는 식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노력을 들이는 만큼..
2020.12.04 -
[소소한 집이야기] 만져지는 집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집이나 건축을 생각할 때 흔히 떠올리는 것은 공간감과 형태, 즉 시각으로 구성되는 이미지다. 하지만 우리는 집을 늘 만지고 느낀다. 눈뿐 아니라 손과 발, 코로도 우리는 공간을 기억한다. 손에 만져지는 집 공간을 인지하는 절대적인 감각은 시각이다. 시각으로 인지되는 것은 색상이나 빛의 명암이지만, 우리는 재료에 따른 질감도 함께 인지하고 느낀다. 이는 우리에게 축적된 촉감의 경험 덕분이다. 공간을 느끼는 감각 눈으로 인지하는 시각적 체험을 우리는 매우 신뢰한다. 하지만 눈만큼 속이기 쉬운 감각기관도 없다. ‘눈의 착각’을 검색하면 나오는 수많은 사례들은 우리 눈이 얼마나 틀리기 쉬운지 알려준다. 우리 모든 감각이 대..
2020.12.04 -
[소소한 집 이야기] 마중하고 배웅하는 공간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소소한 집 이야기] 멋지고 훌륭한 공간, 집의 구조와 재료도 모두 중요하지만, 집의 모든 부분은 사는 이에게 영향을 미친다. 집의 작지만 작지 않은 부분들, 소소하지만 확실한 변화를 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매일 집을 나서고 돌아오는 공간인 현관은 늘 스쳐 지나가는 곳이다. 주로 머무는 곳이 아니다 보니 현관에 관심을 두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현관은 매일 우리의 하루 시작과 마무리를 다독여주는 중요한 공간이다. 현관을 가진 집 현관은 한자로 '玄關'이라 쓴다. 오묘하고 신묘한 관계를 맺는 곳이라는 뜻으로, 안으로 들어왔지만 아직 집으로 들어오지는 않은 상태의 공간, 집에서 나서 문고리를 잡았지..
2020.12.04 -
[건축가의 주택탐구] 사람의 집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9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빈 집이 사회적 문제라는 뉴스가 종종 나온다. 사람이 없는 집은 위험하다. 사람이 살며 돌보지 않으면 집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낡고 허물어져간다. 생존을 위한 장소 인간은 혹독한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굴에서 불을 피웠고, 땅을 파고 나무를 세워 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류는 생존을 넘어, 안락하고 살기 좋은 공간을 위한 고민과 고군분투를 계속 해왔다. 환경에 따라 집의 구성과 형태는 다양해진다. 따뜻한 지역에서는 바람이 잘 통하게 공간을 구성하고, 햇볕을 막아주기 위한 처마나 차양을 둔다. 반면 추운 지역에서는 두 겹, 세 겹으로 창을 닫아 집 안의 온기가 최대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고, 눈이 많이 오는 ..
2020.12.04 -
[건축가의 주택탐구] 유리의 공간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9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였던 여름과 가을을 지나, 겨울이 다가왔다. 창을 닫고, 유리를 통해 집으로 볕을 들인다. 유리창 가득 들어오는 볕은 겨울 낮 더욱 깊숙한 곳까지 공간을 밝히고 데워 집다운 따스함을 만들어 준다. 유리와 함께하는 생활 아침에 유리창으로 들어온 빛이 방을 밝히고 눈을 뜬다. 창을 열어 환기를 하고 집 안의 식물들을 살핀다. 집 안에서 키우는 식물들이 많아지면서, 환기뿐 아니라 빛 때문에도 창을 연다. 직광을 좋아하는 식물과 직광은 위험한 식물들이 있다. 식물을 키우기 전에는 유리창 한 겹이 실은 얼마나 많은 빛을 차단하는지 알지 못했다. 유리를 통한 빛은 간접광이 필요한 식물들 몫이고, 직광을 ..
2020.12.04 -
[건축가의 주택탐구] 작동하는 집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9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겨울이 오고 있다. 물이 얼지는 않을지, 보일러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어딘가 고장이 나지 않도록 집을 잘 살펴봐야 할 때다. 집에는 흐르는 것들과 집에 부착되어 작동하는 것들이 있다. 전기와 물이 대표적으로 흐르는 것들이고, 냉난방기와 각종 기계들은 한시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어디 한 곳이라도 제대로 흐르지 않거나 멈추면 바로 티가 난다. 전기로 기계를 작동하여 기능하는 집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집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 중 하나는 전기다. 전기가 제대로 작동해야 집이 집으로서 작동한다. 전기가 없으면 어두워질 뿐 아니라 냉난방이 작동하지 않아 공간에 거주하는 것도 힘들어질 것이고, 냉장고의 음..
2020.12.04 -
[건축가의 주택탐구] 차갑고 강한 재료, 철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9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곧 시원한 바람이 불 테고,겨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뜨거운 열기와 혹독한 추위를 막아주는 지금 우리의 튼튼한 집들은, 콘크리트나 나무뿐 아니라 철이 있어 가능했다. 철과 집 철은 지금의 우리에게는 친숙한 건축 재료지만, 건축 재료로 사용된 지 고작 백오십 년 정도 된 재료다. 우리가 흙이나 돌, 나무처럼 자연적인 재료로 여기는 재료에 비하면 매우 최첨단의 재료인 것이다. 건축재료로서 철의 등장 철은 선사시대부터 사용되었지만, 고대에는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 더 강한 청동을 더 선호했다. 또한 철의 가공에는 고온의 열이 필요하고, 소량 생산만 가능했기 때문에 생활 전반에 사용되기는 ..
2020.12.04 -
[건축가의 주택탐구] 따스하고 시원한, 밝은 집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9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햇볕이 뜨겁다. 해가 드는 곳이 마냥 좋았던 몇 달 전과 달리 햇살이 따갑기만 한 여름이다. 이렇게 계절에 따라, 삶의 방식과 공간에 따라, 해가 드는 공간은 좋을 수도, 힘들 수도 있다. 절대적이고 필수적인 존재 인류 문명사에 태양신은 얼마나 많았을까. 가장 절대적이고 필요한 존재이면서도 때로는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무서운 존재. 해는 따스한 빛으로 우리 몸을 녹여주지만 뜨거운 빛으로 몸을 상하게도 한다. 해의 빛과 열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이제 우리는 태양의 빛과 열을 우리 주거 환경을 위해 사용할 뿐 아니라 이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기도 한다. 해와 좋은 관계를 맺는 좋은 집은 빛을 잘 받아들이고, 열..
2020.12.04 -
[건축가의 주택탐구] 바람을 통해 숨쉬는 집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9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바야흐로 여름의 가운데로 들어섰다. 올해도 폭염이 예보되고 있고, 에어컨은 이제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로 무장한 지금 우리의 집은 정말 청정하고 쾌적한 공간일까. 환기는 중요하다. 환기는 말 그대로 공기를 교환하는 것이다. 실내의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고, 바깥의 공기를 들이는 것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창문을 여는 것이 두려워지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환기는 중요하다. 인류는 개폐 가능한 창을 만들기 위해 몇 백 년, 몇 천 년을 고군분투했다. 그 결과 환기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과거에는 건축물 자체가 기밀하지 않아 문을 닫아두어도 늘 공기의 흐름이 존재했다. 게다가 과거 체감 가능한 오염..
2020.12.04 -
[건축가의 주택탐구] 튼튼한 집, 콘크리트 집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9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회색 도시, 콘크리트 숲 등의 표현은 흔히 쓰인다. 그만큼 익숙한 게 콘크리트 집이지만, 그런 표현들은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인위적인 풍경들을 지칭하는 부정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콘크리트 역시 땅에서 난 재료로 만든 것이고, 콘크리트 없이 우리의 도시가 유지되기는 힘들다. 땅에서 나온 재료, 시멘트 콘크리트는 자갈이나 모래와 같은 골재를 시멘트를 이용하여 굳힌 것을 말한다. 우리는 시멘트라 하면 석회 등으로 만들어진 것을 바로 떠올리지만, 물 등의 액체로 반죽했을 때 단단히 굳어져 접착제의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을 시멘트로 정의한다. 콘크리트와 시멘트는 현대 건축물 고유의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이 있지만, 실제로는 ..
2020.12.04 -
[건축가의 주택탐구] 벽돌과 집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9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아기돼지 삼 형제의 막내는 벽돌로 집을 지어 바람과 적을 막아낸다. 벽돌집은 오래도록 우리에게 그렇게 튼튼한 집이었다. 편안하고 익숙한 재료, 벽돌이다. 오래된 익숙함, 벽돌 벽돌은 기본적으로 점토 등을 일정한 크기로 만들어 건조하거나 구워 만든 건축재료를 말한다. 성경에서도 바벨탑의 재료로 서술될 정도로 오래된 건축 재료로, 쌓아서 건물을 만든다. 돌보다는 가볍고 작아 가공과 시공이 쉽고 나무보다는 튼튼한 데다 원자재는 흙이라 구하기 쉽다. 게다가 다른 재료들보다 물이나 흙, 바람을 막아내는 데 강하다. 하지만 자연 상태의 재료를 한 번 더 가공해야하는만큼, 고급 자재였으므로 민가에까지 두루 사용된 것은 역사에 비..
2020.12.04 -
[건축가의 주택탐구] 가장 익숙한 재료, 나무와 집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9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맨손으로 며칠이나마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TV “정글의 법칙” 출연자들은 당연하게도 나무로 집을 짓는다. 우리 한옥은 목조주택이었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나무는 가장 대중적인 집의 재료다. 나무로 짓는 집 나무로 짓는 집은 인류에게 익숙하다. 무거운 바위나, 다른 공정을 거쳐야 하는 흙보다 나무는 간단하게 집을 지을 수 있는 재료였다. 동굴을 벗어나 직접 구축했던 초기의 집은 기둥을 세우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보를 걸어 바닥을 얹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높은 나무들로 만든 기둥들의 위쪽에 지붕을 얹어주면 일단 땅으로부터 올라오는 습기와 해충, 비와 밤이슬은 피할 수 있었고, 벽까지 만들어주면 바람도 ..
2020.12.04 -
[건축가의 주택탐구] 집은 흙으로, 땅 위에 짓는다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9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땅이 녹고 여기저기서 푸릇한 신록이 올라오는 계절이다. 겨우내 얼어있던 땅이 녹으면 식물과 가까이 사는 이들은 분주해진다. 1월보다 더 한 해의 시작에 더 어울리는 계절, 봄이 온다. 땅과 흙, 그리고 인간 인간은 땅 위에서 살아간다. 인류는 태초부터 땅이 주는 재료로 먹고, 짓고, 만들어 살았다. 그리스 신화의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땅은 인류의 근원이자 어머니로 형상화되어 왔다. 땅과 흙은 어느 시대, 어느 대륙의 누구에게나 특별한 의미였지만, 원시시대부터 농경을 해왔던 우리 민족에게는 더욱 각별하다. 흙을 일구고, 식물을 키우고, 흙을 이겨 지은 집에서 살아온 농경민족에게 ..
2020.12.04 -
[건축가의 주택탐구] 집과 물, 잘 쓰고 잘 버리고 잘 막아내는 집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9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물은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며, 늘 우리 주변에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고 있다. 깨끗한 물을 확보하고, 사용하고, 버리는 것은 우리의 삶을 삶답게 만들기 위해 필수적이다. 물을 찾아 터를 잡다. 인류는 일찍부터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에서 생활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곳에 정착한 인류는 농경생활을 시작했고, 문명을 발전시켰다. 인류 문명 발상지는 모두 큰 강 유역이며, 삼국시대의 역사는 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의 역사였다. 물은 마시고, 씻고,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했으나 자연의 것이었므로 효율적인 이용을 위한 통제와 사용은 쉽지 않았다. 또한 물로 인해 홍수나 가뭄 등..
2020.12.04 -
[건축가의 주택탐구] 집과 불, 집의 시작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9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불이 있는 공간이 사랑스러운 계절이다. 오늘도 출근하자마자 난로에 불을 피우고, 냄비를 과일과 각종 향신료들을 넣은 와인으로 채워 올려두었다. 와인과 계피향이 공간을 그득 채우고, 난로 주변은 포근하다. 온풍기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따스함이다. 불의 종족, 인류 인류가 불을 사용한 것은 대략 142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불을 통해 인류는 다른 동물들과는 다른 생활을 하게 된다. 불이라는 강력한 에너지를 취하면서, 인류는 온기와 조명을 만들어 얻게 되었다. 이에 따라 열대지역을 떠날 수 있게 되어 거주 영역이 확장되었고, 밤에도 활동할 수 있으니 활동 시간도 확대되었다. 또한 불을 조리에 사용하게 되면서 조금 더 건..
2020.12.04 -
[건축가의 집 이야기] 경계를 짓고 넘다, 문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8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문은 벽이되 벽이 아니다. 애초부터 열리는 것을 전제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우리가 하루에 수십 번 만지고 작동시킨다. 이쪽과 저쪽을 분리하되 연결하는 아주 독특한 장치다 보니 여러 가지 의미로도 많이 사용된다. 경계, 문의 의미 사전에서 문은 드나들거나 물건을 넣었다 꺼냈다 하기 위해 틔워놓은 곳, 또는 거쳐야 할 관문이나 고비라고 정의된다. 또한 건축적 장치라는 본의와 함께 은유적 의미도 사전에 나와 있다. 우리 문화에서 문은 매우 특별하다. 대문의 상징성이 이토록 중한 문화는 다른 문화에서는 찾기 쉽지 않다. 신도시들에서는 지구단위계획으로 담장에 대해 제한을 하고 있어 대문이 없는 주택도 많고, 대학이나 관공서..
2020.12.04 -
[건축가의 집 이야기] 추위를 극복하기 위한 분투의 결과물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8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집을 데우는 방법, 난방] 오래전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동굴로 들어갔다. 불을 피워 어둠과 추위를 물리치고, 밤에 다가오는 짐승들도 막아냈을 것이다. 이후 집을 짓게 되었지만, 집 안에서 안전하게 불을 피우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이제 우리는 웬만해선 침범키 어려운 튼튼한 집 안에서 보일러 버튼을 눌러 간단히 온기를 만들어낸다.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언제 그리 뜨거웠나 싶게 겨울이다. 사계절은 우리에게 풍부한 풍경과 먹거리를 주지만, 연교차가 60도에 육박하는 가혹한 환경에서 쾌적하게 살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이제 난방의 계절이다. 추위를 피해 온기를 만들어내다. 동굴을 벗어난 사람들은 집..
2020.12.04 -
[건축가의 집 이야기] 집의 인상을 결정하는 외장재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8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동네의 어떤 집을 말할 때 우리는 벽돌집, 하얀집, 파란집이라 부르지, 철근콘크리트 집이라거나 목조주택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집의 뼈대와 설비는 집을 작동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것들이지만, 집의 외장재는 집의 인상을 결정짓는,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요소이다. 그간 집의 구조방식과 다양한 공간들, 집을 집답게 작동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집을 볼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집의 껍질, 외장재다. 생각보다 중요한 집의 껍데기 껍질, 껍데기라 하면 우리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알맹이보다 중요치 않은 것으로, 그저 꾸미기 위한 치장으로 여긴다. 하지만 집의 껍질로서의..
2020.12.04 -
[건축가의 집 이야기] 빛과 바람의 통로, 창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8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집의 많은 부분이 은유적으로, 시적으로 사용되지만, 그중에 창만 한 게 있을까 싶다. 창은 밖을 바라보고, 안을 내보이고, 바람과 사람을 통하게 하는, 이곳과 저곳을 잇지만, 문보다는 조금 덜 직접적인 어떤 것이다.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여름에도 미세먼지 때문에, 그리고 집 안 에어컨의 냉기를 잃지 않으려 창을 잘 열지 않는다. 그러나 창은 집에 꼭 필요하고, 공간을 살아 숨 쉬게 하는 필수 요소다. 창 이야기 사전적으로 창은 공기나 빛, 소리가 들어오거나 들어오지 못 하도록 벽에 만든 구조물을 말한다. 서양에서는 문과 창은 항상 분리되어 지칭되었지만, 우리에게는 창문이..
2020.12.04 -
[건축가의 집 이야기] 들판과 계곡이 집으로 들어오다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8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화장실이 집 안으로 들어온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들판과 계곡, 도시의 골목길, 마당, 정원 등, 화장실에 대한 공공의 약속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세상 모든 곳이 화장실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화장실은 가장 오롯한 나만의 장소, 누군가에게는 가장 편안한 곳이다. 망토로 시작된 화장실 시대와 사회에 따라 공동이 공유하고 있는 수치심의 범위는 달라진다. 중세 서양에서 다른 이들이 보거나 말거나 배변을 했던 것은 공간이 분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에 대한 수치심이 지금과 달랐기 때문이다. 유럽의 15~16세기 철학자 에라스무스의 「소년들의 예절론」에서는 소변이나 대변을 보고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
2020.12.04 -
[건축가의 집 이야기] 집의 가장 작은 단위, 벽과 방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8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벽을 세워 만드는 방은 집이라는 건축물의 가장 작은 단위이다. 벽을 어떻게 세울지 결정하고, 벽의 촉감과 색을 정하고, 방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집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다. 건축의 가장 작은 단위, 벽 벽은 우리가 경계를 설정할 때 가장 먼저 세우는, 가장 기초적인 구조체다. 집의 벽체는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고, 성곽은 도시의 안팎을 구분하며, 장벽은 이쪽과 저쪽을 구분한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The Wall’은 외부의 침입을 막고 벽 안의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스케일은 다르지만, 집의 외벽 역시 같은 기능을 한다. 집안에 세워지는 벽들은 공간을 구분한다. 이쪽과 저쪽 방은 같은 ..
2020.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