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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집 이야기] 집짓기의 시간

2021. 2. 17. 16:52Article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집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TV 프로그램에서는 집을 소개하고 찾아보며 살아보기까지 한다. 아파트를 벗어나 우리 가족의 집을 지으려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집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우리 집, 내 공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또한 집을 짓거나 고치는 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집짓기의 시작

 

집을 짓기로 마음먹는 것에서 집짓기는 시작된다. 마음의 결정을 했으면 예산과 가족들의 생활방식에 따라 지역을 결정하고, 살고 싶은 동네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다. 도시가 좋은지 한적한 동네가 좋은지부터, 대중교통, 병원이나 시장과의 거리 등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서로 다를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이를 조율하여 가족들에게 적합한 최선의 동네 분위기를 정한 뒤 지역을 물색해 땅을 찾아봐야한다.

 

다른 일을 진행하면서도 계속하여 가족들 간의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로 잘 안다 생각해도 가족들 각자 공간에 대한 취향과 집에서 원하는 공간, 하고 싶은 일 등은 이야기해보면 예상과 많이 다르다. 서로 원하는 바를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맞춰나가야 한다.

 

 

땅 알아보기

 

원하는 지역을 정했고, 원하는 분위기를 정했다면 땅을 구하러 다녀야 한다. 지목이 라면 바로 건축이 가능한 땅이고, ‘’, ‘’, 또는 으로 되어 있다면 농지 전용이나 산지 전용을 통해 건축을 할 수 있는 땅으로 변경해야 한다. 또한 지역, 지구에 따라 지을 수 있는 규모와 건축물의 용도, 때로는 높이나 층수까지 제한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지목과 지역, 지구는 토지이용계획 확인원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해볼 수 있다. 대략의 내용은 이를 통해 파악할 수 있으나, 지역별로 조례 등 적용되는 법령들이 모두 다르므로 정확한 내용은 지자체 주택과나 건축과, 또는 건축사사무소에 문의하여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지목이 어떤 것이든, 땅이 도로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건축을 할 수 없다. 토지이용계획 확인원의 지적도를 확인해 지목이 인 땅과 인접해있는지를 확인해야 하고, ‘가 없더라도 실제로 이용되고 있는 길에 접하고 있다면 도로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담당 공무원에게 확인해보면 된다.

 

 

건축가 만나기

 

땅을 정했다면 함께 집을 만들어갈 파트너를 만나야 한다. 대화가 잘 통하고 우리 가족의 생각을 최선을 다해 들어줄 건축가를 만나는 것은 집짓기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설계비는 건축사사무소에 따라 작게는 두 배부터 많게는 너댓 배까지 차이가 나며, 정보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건축가들을 소개하는 포털도 많이 생겼고, 건축 잡지, 블로그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설계비의 차이는 어쩌면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설계비가 저렴한 사무소는 많은 수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므로 그만큼 설계에 시간과 공을 들일 수 없는 여건일 것이고, 설계비가 비싼 사무실은 그만큼 설계에 시간을 들일 것이다. 겨우 주택에 얼마나 시간이 필요하겠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설계사무소의 입장에서는 가장 깐깐하고 복잡한 프로젝트가 단독주택일 정도니 간단한 일이 아니다. 공간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요구를 하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그러하다보니 설계가 진행되면서야 원하는 바를 점점 더 정확히 전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집이다 보니 디테일한 요구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단독주택의 경우 특히 수없는 수정작업이 필요하고 오랜 시간 소통이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저렴한 설계비의 설계사무소가 맞을 수도 있다. 다만 다양한 건축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는 정도의 공은 들여 스타일에 맞는 건축가를 선택하기를 권한다.

 

건축가와 만나기 전, 집에 대해 나름의 생각들을 갖고 정리를 하게 된다. 많은 이들이 방과 화장실의 개수와 집의 크기 정도를 생각하고 건축가를 만난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집에서 꿈꾸는 생활이다. 각자는 방에서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가족들을 주로 어디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수납은 어떤 방식으로 하며 가족의 취미생활은 무엇인지 등이다. 방이나 거실 등 공간의 크기와 개수는 이에 따라 전문가와 협의하여 정하면 된다.

 

가족 각자가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포기할 수 없는 공간은 서로 다를 수 있다. 각자 집에 대한 희망사항들을 정리해 보고 그 희망의 우선순위를 정리해본 후 서로 각자의 최우선 순위 희망사항부터 조율하는 방법을 권한다.

 

 

건축가와 만들어가는 집

 

건축가를 정하고 설계 계약을 하고 나면, 본격적인 설계가 시작된다. 설계는 기획설계, 기본설계, 중간설계, 실시설계 등의 단계로 진행되는데, 기획설계는 법규에 따라 규모를 검토하고 계획안의 방향을 정하는 최초의 설계단계다. 기획설계안으로 진행하는 첫 번째 회의에서 집의 첫 그림을 보게 된다.

 

기획설계 후 이 설계안을 다듬고 수정하여 집의 계획안을 완성하는 단계가 기본설계다. 여러 번의 회의를 통해 집의 평면, 입면, 단면 등 공간 계획이 완성되며 보통 1~3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집이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구조, 전기, 기계 등의 설계도 동반되어야 한다. 건축 외 타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여 계획안을 확정하는 것이 중간설계다. 신축이나 증축, 리모델링 등을 합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허가 등 행정절차가 필수적인데, 인허가에도 구조, 전기, 기계에 관련된 도면들이 들어가야 하므로 중간설계 단계에서 인허가도 진행하게 된다.

 

단독주택의 경우 실시설계를 생략하는 설계사무소도 있지만 아주 단순한 집이 아닌 경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리 도면을 많이 그린다 해도 건물의 모든 부분을 하나도 빠짐없이 도면에 담아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실시도면이 없이 공사를 진행하게 되면 초기 계획안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 실시설계 단계에서는 중간설계 내용을 바탕으로 견적 및 공사에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담아 디테일한 부분까지 설계를 진행한다. 실시설계가 완성되면 비로소 건축설계 과정이 끝난다.

 

시공사가 정해져 있지 않다면 실시설계 도면을 통한 견적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며, 착공신고 후 공사를 시작한다. 단독 주택의 경우 설계자가 직접 감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설계자가 감리할 경우 계획안의 방향을 이해하고 있으므로 경미한 변경들이 생겨도 공간의 성격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다. 또한 집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므로 도면에 미처 표현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더라도 바로 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 집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공사가 완료되면 사용승인신고를 하고 준공검사 후 입주를 하게 된다.

 

 

집을 짓는다는 것

 

땅을 정하고, 건축가를 만나고, 설계를 진행하고, 시공을 하는 모든 과정은 만만치 않다. 내가 원했던 모든 것을 구현하기 위한 여건은 늘 불가능하기 마련이고, 이 모든 과정은 계속 무언가를 포기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와 우리 가족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고, 그것들을 전문가들과 함께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쉬이 경험할 수 없는 엄청난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다. 집을 짓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