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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집 이야기] 주택살이의 고단한 즐거움

2021. 2. 17. 16:43Article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기록적으로 긴 장마를 지나왔다. 더위보다는 비와 산사태, 코로나로 기억될 여름을 지나 이제 가을과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주택살이

 

예전과 달리 지금 우리나라에는 아파트에 사는 인구가 훨씬 많다. 그러하다보니 지금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주택살이가 처음이거나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파트에 사는 우리는 관리비만 낼 뿐 집의 관리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건물에 때가 탈 때, 계절이 바뀔 때, 어딘가 상하거나 낡았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주택에 살게 되면 예방할 수 있는 문제를 키우는 경우도 많다. 멋진 마당에 파라솔과 테이블을 놓고 텃밭에서 상추를 뜯어 바비큐를 하는 로망은 주택살이의 전부가 아니다. 사실 단독주택에서 안락하게 살기 위해서는 때로는 땀흘리며, 때로는 비를 맞아가며 집을 관리해야 한다.

 

 

봄의 주택살이

 

얼음이 녹고 단단해졌던 흙도 조금씩 보드라워지는 봄에는 주택도 꽁꽁 얼었던 몸을 풀어낸다. 그래서 봄에는 주로 겨울을 지낸 집이 건강한지 살피고 보듬어주며 앞으로를 대비하는 일을 한다.

 

가장 먼저 살펴야 하는 부분은 나무로 된 부분들이다. 목재는 겨우내 눈에 덮이기도 했고,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했을 것이다. 그대로 두면 뒤틀리게 된다. 일단 뒤틀린 목재가 있다면 그 부위 목재는 교체해주는 것이 좋다. 뒤틀리지 않고 겉보기에 괜찮아보여도 나무는 겨울을 나면서 고생하고 꽤 낡았을 것이다. 데크나 외장재 등 외부에 사용되는 목재는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스테인과 바니쉬로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빨리 낡고 늙는다.

 

마당 관리도 중요하다. 겨울동안 자주 나가지 못했을 마당은 가을의 낙엽 위에 눈이 쌓이고 녹고 얼기를 반복하며 질척이고 지저분해졌을 것이다. 배수가 잘 되도록 마당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잔디나 나무도 더 건강한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텃밭이나 화단에 새로운 모종을 심는다면 식목일 즈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여름의 주택살이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극단적인 기후의 여름과 겨울을 갖고 있다. 그래서 주택에 산다면 여름이 시작되기 전 서둘러 해야 할 일이 많다. 공동주택에서는 관리사무실에서 해줄 일들이겠지만 주택에서는 모두 직접 해야 한다.

 

비에 대한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 올해처럼 길지는 않더라도 여름이면 늘 장마가 찾아오고, 물은 생각보다 침투력이 상당하다. 지금은 우리에게 조금 낯선 말이지만, 예전 어른들은 장마가 오기 전 늘 비설거지를 해야 한다며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비설거지는 빨래를 걷는 것부터 지붕을 손보는 일까지 비를 대비하는 모든 일이다.

 

옥상이나 지붕, 중정 등 드레인이나 배수 구멍이 있는 곳에는 이물질이 끼지 않도록 늘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드레인에 나뭇잎이 한 두 개만 붙거나 끼어 있어도 물이 빠지지 않아 실내로 물이 역류하거나 고일 수 있다. 실제로도 집에 물이 새어 점검해보면 드레인이 막혀 있는 경우가 가장 많다. 장마기간에는 비가 오지 않을 때마다 배수로를 확인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옥상이 있다면 옥상의 방수도 점검해야 한다. 특히 노출방수로 되어 있는 경우 방수가 깨진 곳은 없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깨지거나 들뜬 곳이 있다면 방수공사를 한 번 더 해주는 것도 좋다.

 

집 근처에 옹벽이 있다면 비록 낮더라도 한 번 더 대비하고 보강해야 한다. 이번 여름처럼 한꺼번에 비가 많이 내리면 흙이 쓸려나가 옹벽이 약해질 수 있으므로 무너지지 않도록 가능한 방법으로 보강을 해 두어야 한다. 집이 길보다 낮은 곳에 있다면 마당으로 물이 들이치지 않도록 방수턱을 만들어 주고, 마당에서도 물이 잘 흐를 수 있도록 물길을 잘 잡아주어야 밖에서 집 안으로 물이 넘쳐 들어오지 않는다.

 

그 외에도 방충망을 손본다든가, 창호와 벽 사이에 물이 새는 곳은 없는지 점검해 두어야 한다. 또한 습한데다 비가 오는 동안 환기를 시키기 어려우므로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제습에도 신경 써야 벽지나 가구가 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가을의 주택살이

 

여름을 무사히 났다면 가을은 여름 뒤처리와 겨울 대비를 할 때다. 일단 장마동안 상한 곳은 없는지 집 곳곳을 살펴야 한다. 여름동안 집에 물이 새지 않았다 하더라도 혹여 옥상에 물이 고이거나 하면서 방수가 깨진 곳이 있을 수 있다. 겨울에 눈이 쌓이면 비가 올 때보다 중간에 점검하기가 더 어려우니 여름보다 더욱 꼼꼼하게 점검하고 보수해야 한다.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들은 배수로를 완전히 막아버릴 수도 있고 쌓이기 쉽기 때문에 겨울이 오기 전에 그 때 그 때 치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경사지붕일 경우 여름의 비는 큰 무리없이 흘러내리지만 눈은 빗물처럼 흘러내리지 않으므로 지붕의 방수가 여름보다 더욱 중요하다. 기와나 금속지붕의 이음새가 들떠있거나 깨져있으면 겨울의 누수를 막을 수 없으므로 겨울이 오기 전에 지붕을 점검해주는 것이 좋다. 지붕의 드레인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보일러나 단열에 문제는 없는지도 꼼꼼하게 확인하고, 마당에 식물들이 있다면 식물의 월동준비도 함께 챙겨주는 것이 필요하다.

 

 

겨울의 주택살이

 

겨울에는 집에 이상이 생기면 수리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당장 집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가을에 미리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고, 겨울에도 틈틈이 집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챙겨야 한다.

 

겨울에 집을 위협하는 가장 큰 존재는 눈이다. 눈이 쌓이면 비보다 훨씬 오랜 시간 집에 해로운 습기가 생기고, 무게도 생각보다 어마어마해 오래된 집이 무너지기도 한다. 눈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집의 외장재도 상하게 한다. 쌓였던 눈이 녹으면 한꺼번에 많은 물이 생긴다. 눈으로부터 집을 지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눈이 오래 쌓여 있지 않도록 제 때 치워주는 것이다. 열심히 치워주어도 남은 눈이 녹아 흐르기 때문에, 미리 배수로와 지붕 및 옥상 드레인에 낙엽을 깨끗하게 치워주지 않았다면 물이 잘 흘러나가지 못해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 가을에 치웠더라도 나무에 남아있던 낙엽이 또 떨어져 배수를 막을 수 있으므로 시시때때로 점검해야 한다.

 

수도계량기 등 외부에 수도관이 나와있는 곳이 있다면 담요 등으로 동파를 방지해주어야 한다. 마당이나 주차장에 외부 수전이 있다면 애초부터 동파방지수도관으로 시공하거나 열선을 설치해주는 것도 좋다.

 

 

주택살이의 고단함과 기쁨

 

단독주택에서의 삶을 꿈꾸면서 대부분은 마당에서 쉬고,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고, 마당을 바라보며 마루에 누워 바람을 맞는 장면만을 생각하지만 주택살이는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사는 내 집을 내 손으로 보듬고 살피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실감하며 사는 것은 고단하지만 그보다 더 큰 기쁨과 보람을 준다. 마당의 로망 뿐 아니라 내 집을 보듬는 즐거움 역시 주택살이를 선택하는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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