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dia
  • Designlab soSO
  • blog
[소소한 집 이야기] 집의 작고 큰 이야기

2021. 2. 17. 16:54Article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지난 3년간 공간, , 집을 만드는 시간 등 집에 대해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먹을 것을 만들고 몸을 누이는 보금자리인 집은 우리 삶을 만들고 버티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집의 구조, 평면의 구성 등 집의 굵직한 이야기부터, 손잡이와 화장실 같은 작은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 왔다. 마지막으로 집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행복한 집에서 살아가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고자 한다.

 

 

집의 큰 이야기

 

집의 큰 이야기들은 집을 집답게 하는 기본적인 요소들에 대한 것이다. 집의 구조, 평면이나 단면 등 공간의 구성, 채광과 환기 등은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을 위한 기본적인 것들이다.

 

집을 새로 지을 경우 구조 방식은 집의 형태와 예산, 취향에 따라 철근콘크리트 구조, 목구조, 철골구조 등을 검토하여 선택할 수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하고, 점점 예산의 차이도 줄어들고 있어 내가 원하는 집의 형태와 우리 가족이 지향하는 삶의 방향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여 선택하면 된다.

 

평면이나 단면 등의 공간 구성은 우리가 집에서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아파트와 다가구, 다세대 등 공동주택이나 대규모로 개발하여 지어진 일반적인 주택에서 주로 살아온 우리는 집하면 떠올리는 평면 방식이 있다. 중심에 큰 거실과 주방이 연속되어 위치하고, 현관 쪽에는 작은 방, 안쪽에는 큰 방이 있는 식이다. 이 방식이 우리 가족의 생활과 딱 맞아떨어진다면 비슷하게 설계하거나 그런 집을 선택하여 살면 그대로 좋다. 하지만 조금 더 고민해 보면 우리 집에는 더 큰 주방이 필요하고, 거실이 필요없을 수도 있다. 방들만 큼직큼직하면 좋을 수도 있고, 공용공간이 중요하고 방은 침대만 들어가면 되는 작은 크기로 충분할 수도 있다. 집을 짓는 경우 이런 점들을 잘 고민해보는 것이 좋고, 지어진 집에 들어가는 경우도 필요에 따라 공간들을 달리 사용할 수는 없는지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

 

그 외에 집을 집으로서 작동하게 하는 것들도 살피고 신경써야 한다. 물은 잘 나오고 잘 빠지는지, 전기나 가스는 잘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바람은 잘 통하는지,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양의 해가 드는지 역시 쾌적한 집을 위한 기본이다.

 

 

집의 작은 이야기

 

집이 무엇으로 지어졌는지, 공간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가 집의 큰 이야기라면, 내 손과 발에 닿는 촉감들과 내 시선이 어디에 닿는지는 작은 이야기다. 이 작은 것들은 집을 집으로 작동하게 하는 데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지만, 우리 삶과 행복에 미치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조금 더 넓은 현관은 세상으로 나가는 나를 북돋아주고, 집에 돌아와 가족을 만나고 신발을 벗는 시간을 조금 더 포근하게 안아준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을 은은하게 만들어주는 커튼과 침대에서 내려오는 내 발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러그의 부드러운 촉감은 내 공간에서의 안락을 보장해준다. 적당히 밝고 내 몸에 딱 맞는 주방은 요리하는 시간을 즐겁게 해주고, 위트있는 식탁등은 식사하는 시간을 선물같이 만들어준다. 거실에 퍼질러 누웠을 때 바닥의 단단하고 따스한 촉감과 창 너머 보이는 풍경은 주말 오후 나의 휴식을 응원하고, 화장실의 밝은 타일과 깨끗한 도기, 내 취향에 맞게 고른 수도꼭지는 양치질을 하는 내내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인 듯한 느낌을 준다. 내게 딱 맞게 내가 꾸민 내 공간은 항상 나를 위해 존재함을 증명하고, 내 자존감을 높여 내가 어디서든 용감하게 잘 지낼 수 있도록 힘을 준다.

 

이런 작고 중요한 부분들은 꼭 집을 새로 지어야 만들어낼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나와 내 가족에 관심을 기울여 집에서 어떤 점이 불편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아야한다. 하지만 이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며 섬세한 주의와 배려, 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만의 공간, 우리 가족의 오롯한 쉼터인 집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누구나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 앞에 돌아와 현관문 앞에 섰을 때 행복한 집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집, 꿈꾸는 집

 

집의 큰 이야기든, 작은 이야기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집에서 살아갈 사람이다. 집은 사람을 닮아, 삶을 담아낸다.

 

멋지고 아름다운 집이라고 남들이 떠들어도 그 집에 살 가족과 맞지 않다면 좋은 집이 아니다. 좋은 집에 대한 정답은 없고, 집을 생각하고 만들어가는 것은 몹시 어렵다.

 

조명을 예로 이야기해보자. 일반적인 집들은 일부 매입등을 설치하고, 침실에는 직부등을 두며, 식탁과 높은 천장을 가진 공간에는 펜던트 조명을 설치한다. 이에 보조적으로 간접 조명을 설치하고 포인트로 벽조명을 설치한다. 하지만 이게 정답은 아니다. 깔끔한 것이 좋아 모든 조명을 매입등으로 설치하기도 하고, 언제든 내 마음대로 조명을 변경하기 위해 설치되는 조명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곳에 스탠드 조명을 두어 집의 조도를 조정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노란빛이 나는 조명을 싫어하고, 누군가는 좋아한다. 모든 조명의 디자인이 달라지기를 원하는 이도 있고, 모든 조명의 디자인을 통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도 있다. 이런 사소한 것이 실제로는 사소하지 않으며 취향에 맞지 않는 것이 있으면 내내 심기를 건드린다.

 

그러므로 내가 정말 편안한 집을 원한다면, 평소에 나의 취향과 기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가족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바에 대해서도 평소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함께 지낼 이들과 앞으로의 삶에 대해, 원하는 삶의 모습에 대해, 꿈에 대해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싸우고, 타협해야 한다. 이 시간 없이 새로운 집을 짓거나 그저 이대로 지낸다면, 내 집은 언제나 뭔가 불편할 것이고, 거슬릴 것이며, 충분한 휴식을 주지 못할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불편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건드리기가 힘들다면, 다른 좋은 것을 만들 수도 있다. 내 공간을 좋아하기 위해 한 두 가지 정도는 바꾸거나 노력해보기를 권한다. 인터넷을 뒤져 정말 마음에 드는 패턴의 러그를 거실에 깔 수도 있고, 집을 조금 더 싱그럽게 만들어주는 식물 화분을 하나 들일 수도 있겠다. 훌륭한 품질의 침구를 마련해본다거나, 촉감좋은 식탁이나 이쁜 스탠드를 하나 들이는 것도 좋다. 무엇이 되었든 시도해보기를 바란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내 집은 내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고 힘의 원천이 된다. 생각보다 집은 훨씬 더 중요하다.

 

 

집의 작고 큰 이야기

 

집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은 각각의 역할이 있고 중하지 않은 부분이 없어 그간 하나하나 꾹꾹 짚어 전달하려 노력했지만 얼마나 잘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집을 그리고 짓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어 많은 이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집을 하나하나 지어갈수록 실제로 집을 집답게 하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만은 아님을 점점 더 깨닫고 있다. 집에 대한 꿈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강렬한지, 가족에 대한 사랑과 내 공간에 대한 열망이 어떠한지에 따라 집은 정말 많이 달라진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정말 길고 길었던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하는 시간, 밖으로 나가기보다는 가족과 함께 집과의 대화를 해보기를 바란다. 그 시간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집에서 지내게 될 당신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