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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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집 이야기] 주택의 로망, 가능할까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8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우리의 드림하우스에는 다락이 있고, 마당이 있다. 영화를 보거나 당구를 칠 수 있는 지하실을 꿈꾸는 이도 있고, 미국 드라마에 늘 나오는 번듯한 차고를 꿈꾸기도 한다. 이러한 주택의 로망들, 얼마나 실현 가능한 것일까. 주택의 보너스 트랙, 다락 국어사전에서 다락은 “주로 부엌 위에 이 층처럼 만들어서 물건을 넣어 두는 곳”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 전통 주택에서는 부엌에서 취사를 위해 사용하는 아궁이가 온돌과 연결되어 있다 보니 부엌의 바닥은 다른 공간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상부에 공간이 남았고, 부엌에 필요한 수납공간을 다락으로 해결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뻐꾸기 창이 있는 ..
2020.12.04 -
[건축가의 집 이야기] 바람과 하늘, 땅을 만나는 집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8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이들이 마당에서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 계절, 5월이다.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고, 화단에 심어둔 꽃은 만개했고, 이른 봄 텃밭에 심어둔 채소들도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저녁나절 온 가족이 모여 고기를 구워 먹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단독주택에 사는 이유, 마당 귀촌을 하든, 도심에 살든, 단독주택에 살기로 결심하는 이유 중 빠질 수 없는 것은 우리 가족만의 마당이다. 하지만 정작 마당에 대해 깊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신축을 위한 첫 만남을 할 때, 방의 크기와 개수, 거실과 주방, 수납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이야기하지만, 마당에 대해서는 그저 바비큐와 텃밭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
2020.12.04 -
[건축가의 집 이야기] 집 안의 작은 우주, 주방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8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집을 집답게 만드는 것은 집의 온기가 아닐까. 주방에서 스며 나오는 따뜻한 느낌, 음식 냄새, 노란 조명 같은 것들은 우리가 따뜻한 집을 생각할 때 가장 흔히 떠올리는 장면 중 하나다. 집을 집답게 만드는 공간, 의식주 중 식과 주가 하나 되는 공간, 주방이다. 불의 공간, 집의 시작 인류가 불을 피우기 시작하고, 불 옆에서 먹고 자게 되면서 불을 중심으로 한 공간은 집으로 발전되었다. 최초 구석기 집터를 보면 화덕이 공간의 중앙에 위치하며, 게르 등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서구에서는 19세기 이전까지 벽난로로 난방뿐 아니라 취사도 하였고, 불의 공간은 곧 가족의 중심 생활공간이었다. 이후 벽난로는 가스와..
2020.12.03 -
[건축가의 집 이야기] 옛집에 새 삶 담기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8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집을 고쳐 쓰는 것은 새로 짓는 것보다 어렵고, 비용도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 따라서 많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옛것을 새로 고쳐 그 안에 새로운 이야기와 삶을 담아내는 것은 그 자체로도 꽤 괜찮은 일이다. 슬금슬금 봄이 다가온다. 3월은 공사가 가장 많이 시작되는 달이다. 겨우내 고민하고 생각했던 결과물을 현실로 만들기에 3월은 여러모로 좋다. 신축공사의 경우 3월에 시작하면 너무 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골조 공사를 끝낼 수 있고, 한여름 비지땀을 덜 흘리려면 리모델링 공사도 봄에 시작해 끝내는 것이 좋다. 집, 고쳐 쓸까, 새로 지을까 예전에는 너무 흔하거나 값싸다고 주목받지 못하던 적벽돌 집이나 시..
2020.12.03 -
[건축가의 집 이야기] 우리 집에 알맞은 구조방식 정하기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8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건축은 기본적으로 중력에 반하여 무언가를 세우는 행위이고,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인간이 집을 만들기 시작한 이래로 계속되어 왔다. 그 방식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지금의 다양한 건축 구조 방식이다. 지난 12월은 너무 추웠다. 겨울에는 추운 것이 당연하지만, 지난 12월은 해도 너무했다.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한강 물이 얼어붙은 12월이었다 하니, 이제 추위의 때도 경험치로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날씨가 갑자기 많이 추워지거나 더워질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건축 공사에는 물이 쓰이는 공정이 많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콘크리트 골조 공사인데, 대체로..
2020.12.03 -
[건축가의 집 이야기] 당신은 틀리지 않다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8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집을 지어야지 마음을 먹고 나면 보통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인터넷 검색이나 서점에서 책을 찾아보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멋진 사진이 넘쳐나고, 서점에는 집 짓는 데 얼마 든다는 책부터 닮고 싶은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까지 관련 책들이 많기도 하다. 인터넷이나 책에서 본 사진들은 깔끔하고 단정하다. 가구는 집에 꼭 맞춘 듯하고, 너저분한 짐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책들은 흔히 '미니멀 라이프'라고 하는, 단정하고 소박한 삶을 예찬한다. 그러다 문득 집을 돌아본다. 우리 집에는 내가 눈을 두는 곳곳마다 짐들이 박혀 있다. 식탁 위에는 싱크대에 미처 다 올려두지 못한 가전제품들이 있고, 과일도 과자도 널려 있다. 베란다에는..
2020.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