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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집 이야기] 집 밖의 집

2020. 12. 4. 01:08Article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3월이면 봄이 온 듯 설레지만, 진짜 봄은 식목일 이후에 시작된다.

집 밖의 집, 집의 바깥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 때가 시작되었다.

 

 

마당이 있는 삶

 

우리 조상들은 마당의 개수가 곧 집의 크기였던 한옥에 살았다. 사랑채, 안채, 행랑채 등 각 건물들은 각각의 마당이 있었고, 모든 집들은 집보다 큰 마당이 있어 많은 시간을 마당에서 보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마당과 가까운 생활에 낯설다. 우리 주거의 60% 이상은 아파트며, 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상황이 그러하다 보니, 마당이나 테라스, 옥상이 있는 집을 만들거나 그런 집에 살게 되었을 때 우리 대부분은 그 공간을 잘 만들고 사용하는 데 서툴다.

 

단독주택 설계를 위해 첫 만남을 할 때, 많은 이들이 방의 크기와 개수, 거실과 주방, 수납에 대해서는 많은 바람을 털어놓지만, 마당에 대해서는 텃밭 정도를 이야기한다. 집에 대한 바람을 그릴 때도 땅 한 구석에 집을 그려놓고, 남는 넓은 땅을 마당으로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집의 바깥, 마당은 그저 땅의 남은 공간이 아니라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공간이며 많은 고려가 필요한 공간이다.

 

 

쓸모 있는 마당 만들기

 

많은 이들이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을 꿈꾼다. 하지만 그 꿈속의 잔디 깔린 넓은 마당은 보기에 그럴듯하지만 실상 그다지 쓸모가 없다. 그늘 없이 넓은 마당은 여름에는 더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겨울엔 추워서 나가지 않는 곳이다. 게다가 공간의 구분 없이 그저 넓은 마당은 활용도가 낮다. 앞마당, 옆마당, 데크, 뒷마당, 중정 등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외부공간을 적절히 구분해야 이 공간들을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다.

 

가장 쉬운 공간 배치 방법은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을 관계 지어 생각해보는 것이다. 거실이나 식당과 연결된 외부공간은 휴식과 모임에 좋고, 다용도실이나 주방은 가사 작업을 할 수 있는 외부공간과 연결되는 것이 좋다. 이처럼 그 공간에서 하게 될 활동과 내외부를 관통하는 동선의 효율성 등을 상상해보고 계획하면 좀 더 쓸모 있는 마당을 만들 수 있다.

 

 

쓰임과 위치에 따른 마당

 

앞마당은 집의 앞쪽에 위치하는 마당이다. 길에서 들여다보일 수 있고, 특히 대부분의 신도시에서는 담장을 불허하거나 낮은 높이의 투시형 담장만을 허용하고 있어 앞마당에서는 가족들의 사생활이 보호되기 힘들다. 그렇지만 앞마당은 집으로 들어서는 공간이며, 길과 집의 경계를 만들어주는 중요한 공간이다. 집의 경계를 대문을 통해 넘어 들어와 만나는 마당은 집에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설렘을 준다. 중정형 집이나 도시형 주택이 아닌 경우 앞마당에 조금은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길이나 외부로부터의 시선이나 소음을 걸러주기 위해 조금은 높은 나무를 심어주거나 촘촘하게 자라는 나무를 심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남향의 집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앞마당이 남향에 위치하므로 해가 많이 필요한 유실수를 심는 것도 좋다.

 

앞마당이 외부와 집을 연결하는 매개공간으로 약간은 공적이고 이웃과 가까운 생활을 하는 곳이라면, 가족들이 사적인 바깥 생활을 하기에는 뒷마당이나 중정이 적당할 수 있다. 그러나 뒷마당이나 중정이 북쪽에 있거나 충분한 너비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늘 그늘이 지므로 습도가 높아지고 겨울에는 눈도 잘 녹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잔디를 심거나 텃밭을 가꾸기도 쉽지 않으므로 석재나 타일 등 습기에 강한 재료를 바닥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마당을 생각하며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은 삼겹살과 텃밭이다. 바비큐 공간은 식당이나 주방과 동선이 연결되면서도 안락한 곳이 좋고, 필로티나 캐노피, 어닝 등으로 햇빛과 비를 막아주는 것이 좋다. 야외 주방 설치가 가능하다면 한 곳쯤 설치해주는 것도 생각보다 매우 유용하다. 텃밭은 주방과 가까운 것이 유리하겠지만 보통 주방이나 다용도실이 북쪽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주방과 멀지 않으면서 해가 잘 드는 곳으로 위치를 정하는 것이 좋다. 텃밭에서 주로 키우는 채소류나 허브류는 해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당이 있으면 마당에서 보내는 시간과 마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실내에서 하기에 공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나, 냄새나 먼지가 걱정되는 일, 가족이나 친지가 모여서 함께 하는 일도 마당이 있으면 할 수 있다.

 

테라스, 지붕 있는 외부공간, 옥상, 주차장

 

테라스와 옥상, 발코니와 베란다, 필로티는 마당과는 달리 구조물로 만들어져 건물과 연결된 외부공간이다.

테라스는 집에 연결된 마당 일부의 바닥을 조금 높여 만든 공간으로, 일반적으로 목재나 석재를 깔아 1층 내부 공간에서 바로 나갈 수 있게 만든 공간이다. 보통 테라스는 식당이나 거실, 침실과 연결되어 있고, 이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식사를 하거나, 자잘한 마당의 일들을 한다. 다만 목재데크의 경우 관리가 필요하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오일스테인과 바니쉬를 발라줘야 목재가 상하지 않는다. 자주 깎아줘야 하는 잔디나 목재 데크는 단순히 로망으로만 선택할 일은 아니다. 최근에는 관리가 필요 없는 합성목재도 다양해서 이것으로 데크를 만들기도 한다.

 

지붕이 있는 외부공간 역시 단독주택에서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베란다나 발코니, 필로티 공간을 만들어 확보한다. 베란다나 발코니, 테라스 역시 지붕이 있으면 그늘이 지므로 연결된 내부공간의 프라이버시를 어느 정도 보호해준다. 지붕 있는 외부공간에서는 실외 작업을 하거나, 식재료를 건조하거나, 각종 장비를 보관하기도 한다. 보조주방을 설치할 수도 있고, 식사를 할 수도 있다. 테라스나 발코니에 창호를 설치하거나 선룸을 만들어 또 다른 느낌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도 있다.

 

옥상은 다른 공간들과는 또 조금 다르다. 넓은 마당을 확보할 수 있는 경우에는 가급적 옥상과 평지붕은 지양하길 권한다. 경사지붕에 비해 옥상으로 되어 있는 평지붕은 방수에 매우 취약하다. 구배를 아무리 잘 잡아도 경사지붕만큼 물이 잘 흐르지 않아 고일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방수층이 깨질 수 있으므로 꾸준히 관리를 해 줘야 한다. 그런데도 도시의 단독주택에서 옥상은 포기할 수 없는 외부 공간이다. 옥상을 만든다면 처음부터 방수 시공을 여러 겹으로 꼼꼼히 하고, 꾸준히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화단 등 옥상 조경을 한다면 흙이 배수구를 막지 않도록, 또한 화단 하부의 방수층이 절대로 깨지지 않고 물이 잘 흐를 수 있도록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주차장도 대부분의 경우 꼭 필요하다. 차고를 만들 수 있다면 좋지만, 예산 문제로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으로 차량을 보호하고 싶다면 필로티 하부를 주차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외부공간이든 수도와 전기를 적절히 설치해두는 것이 좋다.

 

 

집 밖의 집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맞으며 식물을 가꾸거나 식재료를 다듬는 시간은 우리 삶을 제법 풍성하게 해 준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매일 느끼고, 가족이 함께 몸을 움직여 식사를 하고, 세차를 하고, 채소를 가꾸는 시간은 우리가 살아가는 에너지로 바뀌어 우리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자그마한 바깥 공간이라도 있다면, 그 공간을 최대한 즐기며 살아보길 권한다. 새로이 만들어보려 한다면 조금 더 풍성하고 즐겁게 그 공간을 만들고 누리길 바란다. 조금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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