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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집 이야기] 함께 사는 집

2020. 12. 4. 01:08Article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20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이 지나간다. 날씨와 관계없이 3월이면 이미 봄인 듯 마음이 들뜨고 괜스레 볕도 더 따스해 보인다. 좋지 않은 소식들로 힘든 봄이지만, 반려동물, 반려식물과 함께 설레는 봄을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식물의 힘

 

플랜테리어라는 단어가 인기를 끌면서 인테리어에서 식물의 위상이 높아졌다. 트렌드와 더불어 미세먼지와 공기정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멋진 카페에는 멋진 식물이 있고, 인테리어 잡지나 패션잡지의 화보에서도 식물은 빠지지 않는다.

 

그런 분위기가 대세가 되기 좀 전부터 우리 집과 사무실에는 식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노력을 들이는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실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식물은 볕을 보여주면 해를 향해 줄기를 뻗고, 물을 주면 처져 있다가도 힘을 냈다. 한동안 꿈쩍 않고 모형인 척하던 식물도 계속 사랑을 주면 어느 날엔 새잎을 삐쭉 내밀기도 했다. 그 시간들이 즐거움이 되어 식물은 점점 늘어났고 죽는 식물들도 생겼다. 덜 죽이기 위해 공부를 하고 분갈이 흙도 직접 배합해 쓰고 화분도 식물에 맞게 쓰게 되었다. 여전히 내 손에서 죽는 식물들도 많지만, 내 공간과 맞지 않거나 나와 맞지 않는 식물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다. 지금은 화분이 몇 개인지 더이상 세지 않지만, 그들 모두의 이름을 알고 있고, 언제쯤 물을 주었는지 기억한다. 죽은 듯하다가도 살아나고 티끌만 한 씨앗에서 나무가 되는 식물의 믿을 수 없는 힘과 싱그러운 초록은 함께 사는 우리에게 꽤 힘이 되어준다.

 

공간에 활기를 주고, 우리에게도 힘을 주는 식물들과 함께 잘 사는 집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식물과 함께 살기

 

식물에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요소는 물, 햇빛, 바람이다.

 

물주기는 식물을 키우는 모두에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다. 물주기에 대해 화원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2주에 한 번, 1주에 한 번과 같은 지침을 지키면 십중팔구 얼마 가지 않아 식물은 시들시들해진다. 그러면 대부분 나는 식물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식물들이기를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도 여름에는 물을 많이 마시고 겨울에는 몸을 웅크리는 것처럼 식물들도 환경과 계절에 따라 다른 돌봄이 필요하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은 흙이 살짝 마른 듯할 때 물을 주고, 과한 습도에 주의해야 하는 식물은 흙이 바짝 마르고도 하루 이틀 뒤에 물을 줘야 한다. 흙을 살피기만 해도 물 주기는 훨씬 쉬워진다.

 

식물에 따라 필요로 하는 일조량과 일조시간도 다르다. 직사광이 들어오는 양지부터 반양지, 반음지, 음지로 구분하여 식물을 배치해야 한다. 창의 유리는 우리 생각보다 많은 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유리를 통해 직사광이 들어오는 공간을 반양지라 보면 된다. 조명이 없이도 낮에 밝은 곳, 반사광이 늘 비치는 곳이 반음지, 그보다 어두운 곳을 음지라 보면 된다. 보통 유실수나 꽃이 많이 피는 식물, 목질화되어 나무로 자라는 식물들은 해가 많이 필요하고, 일반적으로 집에서 많이 키우는 관엽식물(잎보기 식물)은 반양지에서도 충분히 잘 큰다. 화장실이나 현관처럼 해이 잘 들지 않는 공간에서도 관음죽이나 스킨답서스 등의 식물을 두면 초록을 볼 수 있다.

 

식물을 키우는데 통풍과 습도도 매우 중요하다. 바람이 통하지 않으면 식물의 수분이 순환되지 않아 고사하거나 흙에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고사리나 칼라테아류처럼 습도가 높은 것을 매우 좋아하는 관엽식물들은 간이 온실을 만들어주거나 분무를 해주어야 잎이 타거나 마르지 않는다.

 

식물이 많은 집이라면 집을 짓거나 고칠 때 분갈이와 화분 세척을 위한 세면대를 따로 만들어 배수구에 흙이 흘러가지 않도록 장치를 해 두는 것도 좋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 보니 월동이 힘든 식물이 많으므로 민감한 식물을 많이 키운다면 온실을 만들어 식물 생활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저 공간의 활기와 키우는 즐거움을 위해 식물을 들이고 싶다면, 식물을 두고 싶은 위치에 맞는 식물을 들이고, 그 식물에 대해 조금만 공부해보길 권한다. 조금은 더 생기 넘치고 싱그러운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반려견과 함께 사는 집

 

반려견도 반려묘도 어엿한 가족의 일원이다. 가족이니 함께 살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갈 때는 그들에 대한 고려도 당연히 필요하다.

 

반려견의 산책은 집 밖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지만, 산책을 위해 들고 나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두느냐에 따라 반려견도 사람도 모두가 편안하고 건강해진다. 현관과 가까운 공간에 반려견을 위해 조금 낮은 세면대를 설치해두면 산책이나 바깥 놀이 후 집으로 들어올 때 바로 발을 닦을 수 있다.

 

그래도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실내 공간에도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 바닥재로는 타일보다 조금은 포근한 마루 재질이 반려견들의 관절에 무리가 덜 가서 좋고, 굳이 타일을 사용하고 싶다면 매끈한 폴리싱 타일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의 포세린 타일이 나은 선택이다.

 

푸른 계열의 마감재로 벽을 만들어주는 것도 반려견들의 공간 인지에 도움이 되고, 문에 그들을 위한 작은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다. 계단에 설치하는 난간은 사람의 안전을 고려하여 설치되므로 난간 아래쪽으로 반려견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난간 하부에 난간대를 한 번 더 덧대주거나 다른 재료들로 조금 막아주는 것이 좋다.

 

 

반려묘와 함께 사는 집

 

반려견과 달리 반려묘는 영역 동물이라 집 안에서만 생활한다. 바닥재는 역시 부드러운 바닥재가 좋지만, 고양이 털은 가벼워 많이 날리므로 청소가 용이한 마감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높은 곳과 좁은 곳을 좋아하므로 벽에 선반 등을 설치하여 통로를 만들어주거나 수납장 사이에 놀이공간, 쉼터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다. 선반 위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물건을 수납하기 위한 선반의 경우 문을 달아주어야 한다.

 

반려묘들은 창밖을 바라보며 햇볕을 쬐는 것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보통 창가에 캣타워를 둔다. 하지만 합판 등의 목재를 사용하여 창문들의 창턱을 조금 넓게 만들어주면 캣타워 없이 깔끔하면서 반려묘들도 좋아하는 공간을 간단히 만들어줄 수 있다. 사람들의 눈이 닿지 않는 개인공간이 있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활공간과 분리된 위치에 화장실과 쉼터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반려묘와 특히 반려견에게 위험한 식물들도 있다. 튤립이나 백합 등 구근식물은 매우 위험해 아예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 외에도 아주 많은 식물들이 반려동물들에게 위험하므로 식물을 키울 때는 미리 알아보고 조심해야 한다.

 

 

함께 사는 집

 

대부분의 집은 사람들만을 고려하여 지어지지만, 많은 이들이 다양한 반려동물과 가족으로 지내고 있다. 처음부터 함께 살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고민해서 공간을 만들어간다면 모두에게 더욱더 좋은 집이 될 수 있다.

 

반려동물이 없어도, 집이 넓고 화려하지 않아도, 화분 한두 개로 공간의 분위기는 확 바꿀 수 있다. 꽃이 예쁜 식물, 잎이 싱그러운 식물 두어 개 들여 창가에 두는 것으로 이 봄을 맞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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