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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집 이야기] 주택의 로망, 가능할까

2020. 12. 4. 00:15Article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8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우리의 드림하우스에는 다락이 있고, 마당이 있다. 영화를 보거나 당구를 칠 수 있는 지하실을 꿈꾸는 이도 있고, 미국 드라마에 늘 나오는 번듯한 차고를 꿈꾸기도 한다. 이러한 주택의 로망들, 얼마나 실현 가능한 것일까.

 

 

주택의 보너스 트랙, 다락

 

국어사전에서 다락은 주로 부엌 위에 이 층처럼 만들어서 물건을 넣어 두는 곳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 전통 주택에서는 부엌에서 취사를 위해 사용하는 아궁이가 온돌과 연결되어 있다 보니 부엌의 바닥은 다른 공간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상부에 공간이 남았고, 부엌에 필요한 수납공간을 다락으로 해결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뻐꾸기 창이 있는 아늑한 다락과는 다르지만, 그것이 그저 동서양의 차이는 아니다. 서양의 주택에서도 다락은 남는 상부 공간을 막아 수납공간, 즉 창고로 사용한 공간이었고 거주를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 먼지 쌓인 창고는 어린아이들에게는 보물창고였을 것이고, 동화나 소설에서 어린 주인공이 탐구하는 미지의 세계나 어른들 몰래 숨어있을 수 있는 아지트로 묘사되다 보니 우리에게도 아늑한 공간의 이미지가 남아있을 뿐이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의 건축법은 다락을 거주를 위한 공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락공간은 주거공간에 포함되어 있지만, 용적률을 산정하기 위한 바닥 면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살기 위한 공간으로 인정되지 않으니, 다락 공간에는 바닥난방이나 욕실 등 설비를 설치할 수 없고, 높이도 제한받는다. 다락 공간의 높이는 평지붕일 경우 층고(바닥 슬라브 상단에서 지붕 슬라브 상단까지의 길이) 1.5m, 경사지붕일 경우 다락 공간의 평균 층고 1.8m로 제한하고 있다. (많은 건축물에 여러 종류의 불법시공이 자행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는 온당치 못한 일이다. 면적 등의 혜택을 받는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다락이 주택의 보너스 트랙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인정받지 않는 공간이고, 설비 등을 설치할 수도 없어 마땅한 주거공간은 아니지만 큰 창고가 되기도 하고,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가족들의 비밀공간이 될 수도, 즐거운 취미를 위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경사지붕을 가진 다락이 효용성이 높다 보니 다락의 천장은 기울어진 경우가 많고, 이는 우리가 아파트 등에서 느끼지 못하는 공간감을 주어 더욱 즐거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반드시 주지하여야 할 것은, 법적 면적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공사 면적에는 당연히 포함된다는 것이고, 각종 설비를 시공하는 것은 불법이므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락을 꿈꾼다면 다락이 보너스로 주어지는 공간임을 인지하고, 다락공간을 가족의 플러스 공간으로 생각하고 계획해야 한다.

 

 

보너스 아닌 보너스 공간, 지하공간

 

다락은 실제로는 거주 불가능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지하는 공사비가 훨씬 많이 들어가는데도 오히려 추가적인 부가 공간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법적으로는 건축물의 바닥이 지표면 아래에 있는 층으로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벽의 2분의 1 이상이 지표면 아래 묻혀있는 경우 이를 지하로 본다. 흔히 이야기하는 반지하는 법적으로 지하층이며, 용적률 산정 시 면적에서 제외된다. 그렇다 보니 지하도 보너스 같은 공간으로 여기지만, 지하의 문제는 단순히 면적의 문제가 아니다.

 

땅 아래에는 흙도 있고, 물도 있다. 토압은 지상 구조물에서는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추가적인 물리적 힘이고, 그러므로 구조적 보강이 필요하다. 땅을 파고, 흙을 다지고 또 다져야 하고, 구조체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는 공사비가 많이 든다는 뜻이다. 물이 더욱 큰 문제인데, 땅 아래 물은 눈에 보이지 않고 지붕에서처럼 흘려보낼 수도 없으니 방수를 매우 튼튼히 해야 한다. 구조 벽체 외부에도 방수를 하고, 내부에도 방수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구조 벽체 내부에 방수를 한 뒤, 벽을 따라 배수로를 파거나 배수판을 두어 물길을 따라 한곳에 모이게 만들어 펌프 등으로 물을 빼낼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배수로 안쪽으로 조적벽을 한 겹 더 쌓는다. 이 조적벽 안쪽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지하 공간이 된다. 이 말인즉슨, 지하에 완벽한 방수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내가 앉아있는 이 벽 뒤쪽으로 물이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지하에서 생활하겠다는 생각은 쉬이 할 수가 없게 된다.

 

실내에 생기는 결로나 누수를 조금이라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환기다. 썬큰이라고 불리는 지하 정원은 환기와 방습을 위해 가장 적절한 대안이다. 썬큰을 통해 채광도 가능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지만, 그도 적절한 공간적 여유나 예산의 여유가 있을 때의 경우이므로, 썬큰의 대안으로 드라이 에어리어 (Dry Area)를 두기도 한다. 이는 외벽을 따라 만든 마른 도랑을 말하는데, 드라이 에어리어 방향으로 창을 두면 지하공간의 환기가 가능하다. 지하공간을 만들었다면 어떤 용도로 사용하든, 정기적으로 환기를 해줘야 한다. 이 외에도 곰팡이에 강한 마감재를 사용하고, 방습을 위한 장치를 추가로 설치하고, 크랙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주는 것이 좋다.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지하실은 프라이버시 확보, 여유 면적의 확보 등을 위해 유용한 공간이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그리고 조망권 등의 분쟁을 피하고자 재벌가들의 저택에는 지하에 여러 층을 만들어두고 그 공간의 설비에만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다고도 한다.

 

지하 공간은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가 필요하고, 면적이 넓어질 경우에는 탈출과 관련된 장치들도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지만, 짓는 이가 중히 여기는 가치에 따라 매우 유용한 공간이 될 수도 있으니 설계 시 이 모든 것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다.

 

 

나만의 작업실, 차고

 

단독주택을 지으려 마음먹고 처음 건축가를 찾아 상담할 때, 많은 이들, 특히 남자분들이 차고에 욕심을 낸다. 서양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멋들어진 작업 공간, 차량 관리도 가능한 공간인 차고는 주택의 로망 중 하나다. 하지만 주택 설계를 진행할수록, 예산은 정해져 있지만 만들고 싶은 공간은 많고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면적도 점점 넓어진다. 결국 무언가 포기해야 할 때 가장 먼저 놓게 되는 것이 차고다.

 

차고는 만들 수만 있다면 좋다. 차량 보관 시 외기에 노출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분명히 차이가 난다. 또한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면서 흙을 밟거나 우산을 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생활의 편리함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고, 현관의 청결함에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빌 게이츠처럼 차고를 작업공간으로 사용하겠다는 꿈을 꾼다면 차고를 조금 더 넉넉하게 만들어야 한다. 현행법상 주차공간으로 허가받고 건축한 공간을 주차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차고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면 별도의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이도 불가능하다면 인근 주차장을 사용한다는 계약 등 주차공간을 확보했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 물론 차량 주차가 가능한 넉넉한 차고 한쪽에서 다른 작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예산 등의 문제로 차고를 만들지 못했다면 필로티 공간을 이용해 주차장을 만들거나 차고 지붕을 별도로 만들어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차고 작업실까지는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외부 활동을 위한 작업은 가능해진다.

 

 

주택의 로망들

 

모든 로망은 틀리지 않다. 주택을 짓거나 개조하면서 다락, 지하실, 차고 등은 충분히 꿀 수 있는 꿈이고, 실현 가능한 꿈이다. 다만, 꿈을 현실화시켜야 할 때는 어떤 부분에서 제약이 있는지, 기대한 효과와 비용 간의 관계는 적당한지, 유지 관리는 용이한지를 생각해보고 알아봐야 한다.

 

풍요롭고 다양한 꿈과 함께 섬세한 고민과 꼼꼼한 확인은 후회 없는 내 집 만들기를 위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