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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집 이야기] 집의 인상을 결정하는 외장재

2020. 12. 4. 00:50Article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8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동네의 어떤 집을 말할 때 우리는 벽돌집, 하얀집, 파란집이라 부르지, 철근콘크리트 집이라거나 목조주택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집의 뼈대와 설비는 집을 작동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것들이지만, 집의 외장재는 집의 인상을 결정짓는,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요소이다.

 

 

그간 집의 구조방식과 다양한 공간들, 집을 집답게 작동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집을 볼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집의 껍질, 외장재다.

 

 

생각보다 중요한 집의 껍데기

 

껍질, 껍데기라 하면 우리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알맹이보다 중요치 않은 것으로, 그저 꾸미기 위한 치장으로 여긴다. 하지만 집의 껍질로서의 외장재는 치장을 위한 화장이나 액세서리가 아니라 피부와 같다. 몸을 감싸고 있는 껍질, 몸을 보호하고 완성하는 것으로, 그 자체의 기능도 매우 중요하다.

 

외장재의 종류는 엄청나게 많고, 빠른 속도로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매번 각지의 건축박람회에서는 새로운 소재의 외장재가 소개되고, 새로운 공법이 소개된다. 기존에 쓰던 외장재의 변신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수없이 다양한 외장재들을 모두 설명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들을 중심으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잘 늙어가는 재료, 벽돌

 

벽돌은 가장 오래된 건축재료 중 하나이고, 튼튼한 인상을 준다. 아기돼지 삼형제의 세 번째 단단한 집도 벽돌집이었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벽돌 건물을 흔하게 보게 되었다. 벽돌은 공장에서 찍어내기에 용이했고, 별다른 기술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재료였다. 현재도 오래된 건축물의 건축물대장에서 연와조라는 벽돌구조 방식이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연와조는 보강이 필요한 구조이며, 2층 이하의 작은 건물이라 할지라도 튼튼하게 지으려면 두 겹 이상으로 쌓아 구조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최근 벽돌은 주로 외장재로만 사용되고 있다.

 

외장재로 벽돌을 쌓을 때의 방식을 치장쌓기라고 하는데, 철근콘크리트 또는 목조로 구조체를 만들고, 구조체와 간격을 두어 쌓는 방식이다. 반드시 중간중간 구조체와 연결된 보강재로 벽돌벽이 쓰러지지 않도록 고정해주어야 한다. 쌓고 난 후에는 줄눈 작업을 하는데, 미관상 중요할 뿐 아니라 방수의 기능도 한다. 마지막에는 발수제를 뿌려 방수를 한 번 더 해주는 것이 좋다. 공사가 잘못되거나 재료를 잘못 쓰면 백화현상이나 크랙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인건비의 비율이 높아 예전처럼 저렴한 외장재로 분류되지 않는 대신, 단열효과가 다른 외장재에 비해 좋다.

 

벽돌은 비교적 오염에 강하고, 오래되어 좀 낡아도 그 나름의 정취가 있는, 아름답게 늙어가는 재료다. 최근 들어 오래된 벽돌 건물의 독특한 분위기와 재료 특유의 질감이 각광받고, 많은 벽돌 건물들이 리모델링되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의 벽돌들도 계속 출시되고 있으므로, 오래도록 함께 나이 들어가는 집을 짓고 싶다면 벽돌은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붙이는 외장재, 석재와 타일

 

돌은 인류가 건축물에 사용한 가장 오래된 재료이지만, 외장재로만 사용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석재 외장재는 앵커를 사용하는 건식 공법, 몰탈이나 에폭시 본드를 사용하는 습식 공법으로 구조체에 부착된다.

 

석재는 자연석이므로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고 때가 잘 타지 않아 관리가 쉬운 외장재다. 강도가 비교적 강하고, 종류도 많아 선택의 폭이 넓은 반면, 무거워서 시공이 까다롭고 단가가 저렴하지 않다.

 

석재 외장재의 가장 큰 특징은 표면 가공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질감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흔히 쓰는 가공법은 물갈기, 버너구이, 잔다듬 등이 있는데, 물갈기가 가장 부드럽고 매끈하며, 잔다듬이나 정다듬이 가장 거친 가공법이다.

 

석재와 같은 방식으로 시공되는 또 다른 외장재는 타일이다. 우리는 흔히 타일이라 하면 화장실이나 주방에 사용되는 벽타일만 생각하지만, 타일의 종류는 현재 사용되는 건축재료 중 가장 다양하고, 매일매일 새로운 것이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기질 타일, 자기질 타일, 도기질 타일, 복합 타일 등 몇 가지 분류가 있는데, 각 부분에 적합한 타일들이 용도별로도 잘 구분되어 있으니 잘 확인하고 선택해야 한다.

 

석재나 타일 모두 주로 습식으로 시공하게 되므로, 비나 눈이 오는 날, 너무 춥거나 더운 날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자재 이동 시에 일부 파손될 수 있고, 건물의 크기와 맞아떨어지기 어려우므로 필요한 것보다 조금 더 많은 자재를 준비해야 한다.

 

가장 선택의 폭이 넓고, 같은 분류의 타일이나 석재라 하더라도 색상과 종류에 따라 건물이 갖게 되는 이미지는 완전히 달라지므로 선택이 오히려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잘 선택하기만 하면, 유지관리도 쉽고 다양한 이미지들을 자유로이 연출할 수 있어 좋다.

 

 

목재와 금속

 

나무는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재료이고, 목재 자체가 주는 따뜻함이 있다. 다른 재료들과도 조화롭게 잘 어울리고, 다양한 색상의 목재가 있으므로 원하는 느낌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무는 비틀리거나 썩을 수 있다. 방부처리를 한 다양한 목재들이 있고, 외장재로 가공되어 나오는 목재들도 있으나, 꾸준히 관리해주지 않으면 목재는 어쩔 수 없이 나이 드는 티가 가장 많이 나는 재료이다. 잘 낡지 않는 목재일수록 가격은 많이 비싸진다. 여러 단점을 보완한 고밀도 목재 패널도 있는데, 고가이고, 일반 목재와 비교해 색상이나 패턴이 자연스럽지 않다. 또한 못 등을 사용하여 나무를 부착할 경우 그 부위의 부식을 조심하여야 한다.

 

금속은 주로 지붕에 사용하나, 외벽에도 종종 사용한다. 철제, 아연도강판, 동판, 도장강판 등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가격대도 다양하다. 충격에 약하고, 표면이 오염될 경우 유지관리가 쉽지 않을 수 있으나, 가공이 용이하고 원하는 형태를 비교적 쉽게 만들어낼 수 있으며 색상이 균일하다. 다른 외장재에 비해 가벼워 구조체에 부담도 적게 준다.

 

 

바르거나 뿌리는 재료

 

언젠가부터 단독주택에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는 스터코, 테라코, 드라이비트로 불리는 재료들이다. 주로 외단열 후 유리섬유 메쉬를 덮고 미장작업을 한 후 마감처리를 하는 재료들이다. 다른 재료들에 비해 인건비, 재료비가 적게 들고, 공사 기간이 짧아 저렴하게 시공할 수 있다. 마감 표현과 색상도 매우 다양하여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으나 충격과 화재에 취약하고, 오염에 약해 시간이 지날수록 쉬이 더러워지므로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제품들도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으니, 공사 여건에 따라서는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외장재의 선택

 

집의 내외부 공간도 매우 중요하지만, 집을 기억하게 해주는 인상 중 가장 강렬한 것은 역시 외형이고, 외형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그 재료다.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똑같은 형태의 집이 따뜻해 보일 수도, 강인해 보일 수도 있고, 유지관리에 드는 품과 비용도 달라질 수 있다. 이미지를 결정짓는 것이긴 하지만, 취향에 따라서만 선택하기보다는 관리의 측면, 비용의 측면, 집의 형태나 공간과 어울리는 외장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