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dia
  • Designlab soSO
  • blog
[건축가의 집 이야기] 우리 집에 알맞은 구조방식 정하기

2020. 12. 3. 22:54Article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8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건축은 기본적으로 중력에 반하여 무언가를 세우는 행위이고,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인간이 집을 만들기 시작한 이래로 계속되어 왔다. 그 방식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지금의 다양한 건축 구조 방식이다.

 

 

지난 12월은 너무 추웠다. 겨울에는 추운 것이 당연하지만, 지난 12월은 해도 너무했다.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한강 물이 얼어붙은 12월이었다 하니, 이제 추위의 때도 경험치로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날씨가 갑자기 많이 추워지거나 더워질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건축 공사에는 물이 쓰이는 공정이 많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콘크리트 골조 공사인데, 대체로 혹한기(1)와 혹서기(8)를 피해서 공사 일정을 잡는다. 이번에는 12월에 때아닌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좀 따뜻한 날에는 눈이 사정없이 내리는 바람에 진행 중인 현장에서 거의 2주 가까이 타설이 연기되어 시공사와 건축주, 그리고 설계 및 감리자인 필자까지 매일 발을 동동 굴렀다.

 

 

집의 뼈대

 

건축 공사에서 공사의 전반부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앞서 말한 건축구조 공사이다. 건축물의 기본적인 형태와 안전에 대한 가장 굵직한 부분들이 모두 결정되는 과정이고, 이후에 재확인하거나 수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건축의 구조 방식은 설계과정 초반에 결정하게 된다. 아예 마음을 정하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건축주들이 구조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도 없어 구조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을 때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보기에는 다 비슷해 보이고, 같은 공간처럼 보이더라도 구조 방식에 따라 설계 방식과 도면의 종류, 벽체 두께 등이 모두 다르므로 구조방식을 중간에 바꾸게 된다면 처음부터 설계를 다시 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설계 초반 건축물의 규모, 예상되는 형태, 예산, 건축주의 취향 등에 따라 구조 방식을 결정하게 되는데, 가장 흔하게 쓰이는 구조 방식은 철근콘크리트조, 목구조, 철골조 등이다.

 

 

철근콘크리트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는 간단히 말해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이루어진 구조이다. 콘크리트는 누르는 힘, 즉 압축하는 힘에 잘 견디고, 철근은 당기는 힘, 즉 인장력이 강하기 때문에 함께 사용하여 서로를 보완하도록 했다. 게다가 콘크리트와 철근은 서로 잘 붙어 있고, 콘크리트 속의 철근은 녹이 생기지 않아 장기간 내구성을 보장할 수 있으므로 철과 시멘트의 생산이 용이해진 산업사회 이후로 이 구조 방식이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골재(모래나 자갈 등)를 결합한 것을 말하며, 그 자체로는 약하고 부스러지기 쉬운 시멘트의 강도를 보완한 것이다.

 

오늘날 시멘트라고 불리는 재료는 1820년경 영국에서 발명된 포틀랜드 시멘트를 말하지만, 기자의 피라미드에서도 석회 모르타르의 사용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인류사에서 시멘트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예전에는 주로 석회를 물에 개어 바르는 용도로 사용되었으나, 1855년 파리 세계 박람회에서 철망을 사용한 콘크리트 배가 선보여지고, 1861년 조셉 모니에가 시멘트 화분을 철망으로 보강하는 방법을 개발해 특허를 받으면서 철과 시멘트의 조합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철근콘크리트구조는 내화성과 내구성이 좋고, 비교적 유지관리 비용이 적게 든다. 구조체의 기본적인 두께가 있어 방음효과가 좋고 큰 하중을 잘 견디는 편이다. 현장에서 타설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식이며, 거푸집을 짠 뒤 안에 부어 넣는 방식이므로 다양한 모양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지만, 이 같은 제작 특성으로 인해 수정이 쉽지 않고 추후 내부의 결함을 조사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다른 구조 공사와의 가장 큰 차이는 물을 쓰는 공사, 즉 습식 공사라는 점이다. 목조나 철골조 공사에도 바닥 기초에는 콘크리트를 사용하지만, 철근콘크리트 공사는 골조 공사 전반에 걸쳐 물을 사용하므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소 영상 4도 이상일 때 타설이 가능하고, 양생 기간에도 너무 덥거나 추우면 콘크리트의 강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양생기간이 필요하므로 다른 구조 공사보다 공사기간이 조금 더 길어진다.

 

 

목구조

 

우리 전통 한옥의 구조방식 목구조이므로, 목구조는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낯익은 구조 방식이다. 목구조는 중량목구조와 경량목구조 방식으로 나누는데, 한옥의 경우가 중량목구조이다. 두껍고 튼튼한 구조목으로 기둥과 보 등 큰 뼈대를 세우는 방식이 중량목구조, 규격화된 얇은 구조목들을 비교적 촘촘히 세우고 연결한 프레임들로 집의 형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경량 목구조라고 보면 된다.

 

중량목구조 주택에서는 굵은 구조목들을 노출시켜 목조 주택의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경량목구조에 비해 튼튼하지만, 자재비가 비싸고 숙련된 시공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단독주택에서는 주로 경량 목구조를 선택하고 있다.

 

목구조의 가장 큰 특징은 건식 공사라는 점이다. 목구조 골조 공사 현장에 가면 현장 가득한 나무 냄새와 경쾌한 목수들의 움직임에 기분이 좋아진다. 현장에서 톱질과 못질을 하고 만들어나가다 보니 속도도 빠르고 현장에서 바로바로 수정하기도 비교적 쉽다. 골조 공사 기간은 철근콘크리트 공사 기간의 50~80%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현장 여건상 공사를 진행하기 힘들지만, 덥거나 추워도 진행하기 힘든 철근콘크리트 공사에 비하면 날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공자의 숙련도와 기술에 따라 품질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에 유의하고, 목공사 경험이 많은 시공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공사기간이 짧고, 목재 자체의 단열 효과가 없지 않으니 단열 효과도 좋은 편이다. 목재의 특성상 내부 습도 조절도 어느 정도 되고, 콘크리트보다는 유해물질의 방출도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콘크리트조보다 방음에 있어서는 분명 불리하고,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 목재를 사용할 경우 비틀림 등 변형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방염처리를 한 목재를 사용하긴 하지만, 철근콘크리트조에 비해 화재에서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다.

 

 

철골조

 

철재로 뼈대를 만드는 구조를 철골조라 한다. 공장처럼 큰 건축물에는 H빔 등을 이용한 일반철골구조방식을 적용하지만, 단독 주택 등 작은 공사에는 경량철골구조 방식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경량철골구조는 재료만 철재일 뿐, 경량목구조와 형태를 만들어가는 방식은 거의 동일하다. 보통 철강재에 방청도장(녹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도장)을 하거나 아연도금을 하여 내구성을 높이고, 리벳이나 볼트로 조립하거나 용접으로 접합하여 뼈대를 만들어나간다.

 

중량에 비해 강도가 매우 높아 기둥 사이를 넓게 만들 수 있고, 재료 자체가 균질하여 구조 계산이 용이하다. 철의 특성상 쉬이 부러지지는 않으나 휘기는 쉽고, 화재 상황에서도 휘어질 위험이 있어 골조 공사 시에 다양한 방식으로 보강을 한다.

 

목구조와 같이 건식 공법이라 역시 공사 기간이 짧으며, 겨울에도 공사가 가능하다. 다만, 겨울 공사 시에는 용접 불꽃으로 인한 화재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목구조에 비교해 기능공 숙련도에 따라 공사 품질이 많이 좌지우지되지 않고, 철의 시세에 따라 변동은 있지만 비교적 공사비가 저렴하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열에 취약하고, 철 구조재가 외부에 노출될 경우 방청도장을 하였다 하더라도 부식의 위험이 있어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철근콘크리트보다 구조체가 얇고 울림이 있어 방음에 취약하며, 열전도율이 매우 높아서 단열에 취약하다. 무엇보다 철 자체의 차가운 느낌 때문에 단독주택 공사에 많이 쓰이는 방식은 아니다.

 

 

구조 방식의 선택

 

예전에는 집을 짓는다고 하면 철근콘크리트 구조 방식을 가장 많이 떠올렸지만, 요즘에는 그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있다. 유해한 폐기물들을 섞은 콘크리트에 대한 우려로 목구조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화재에 대한 걱정에, 또는 그저 튼튼해 보여서 철근콘크리트 구조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모든 구조 방식에는 장단점이 함께 있고, 요즘에는 철근콘크리트조와 목구조의 경우 시공비의 차이도 크지 않아 어떤 구조 방식이 옳거나 유리한 방식이라고 무조건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단열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철골구조 방식 또한 단열 효과를 보완하는 방법이 있고,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는 목구조 역시 본드 시공을 하는 부분이 많아 무조건 친환경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상황에 따라, 원하는 집의 형태나 공간에 따라 구조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정답이다. 예를 들어 목구조 방식의 경우 옥상 공간을 만들 수는 있으나 평지붕 방수에 취약하므로, 옥상이 꼭 필요하다면 재고해 보거나 건축가와 더 자세한 상담을 진행해 보는 것이 좋다. 또한 3층 이상의 집을 지으려는 경우, 아직 우리나라에는 충분한 경험과 기술이 부족하므로 목구조보다는 다른 구조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공사 예산이 부족한 경우에는 철골구조에 대해 고려를 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전에는 철골조 방식은 공장이나 창고에만 쓰이는 구조라 생각하고 무조건 피했지만, 몇 가지 단점만 보완한다면 철골조도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지진이 빈번해지다 보니, 어떤 구조 방식이 안전한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실제 설계 과정에서는 구조 사무소로 계획안을 넘기고 결과를 받아 설계에 적용하는데, 구조 사무소에서는 일반적으로 필요한 강도보다 훨씬 더 안전한 수준으로 구조 설계를 한다. 특히 최근에는 목구조를 제외한 2층 이상의 건축물에 반드시 내진 설계도 적용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장에서 도면에 충실한 시공을 하고, 그에 대한 감리가 정확하다면 어떤 구조 방식을 선택하든 그 건축물은 튼튼한 건축물이 된다. 건축가로서 어떤 구조방식이 지진에 더 안전하다는 명쾌한 답을 내줄 수 없는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늘 답은 구태의연하게도 정직과 성실에 있다.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만이 지켜지는 것들이 있다. 새해에는 조금 더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건축 현장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