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4. 01:07ㆍArticle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9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회색 도시, 콘크리트 숲 등의 표현은 흔히 쓰인다. 그만큼 익숙한 게 콘크리트 집이지만, 그런 표현들은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인위적인 풍경들을 지칭하는 부정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콘크리트 역시 땅에서 난 재료로 만든 것이고, 콘크리트 없이 우리의 도시가 유지되기는 힘들다.
땅에서 나온 재료, 시멘트
콘크리트는 자갈이나 모래와 같은 골재를 시멘트를 이용하여 굳힌 것을 말한다. 우리는 시멘트라 하면 석회 등으로 만들어진 것을 바로 떠올리지만, 물 등의 액체로 반죽했을 때 단단히 굳어져 접착제의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을 시멘트로 정의한다.
콘크리트와 시멘트는 현대 건축물 고유의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이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오래된 재료다. 기원전 고대 로마인들이 석회와 모래에 물을 섞어 사용했던 것이 거의 최초의 시멘트다. 당연히 초기의 시멘트는 내구성이 매우 떨어졌다. 이후 화산회를 섞어 만든 포촐라나라는 것이 개발되었고, 로마의 많은 구조물이 이로 만들어졌다. 판테온 신전의 돔 역시 현대 콘크리트 건축물처럼 거푸집을 사용했고 포촐라나로 만들어졌다.
시멘트가 본격적으로 개발된 때는 이로부터 한참이 지난 18세기 이후인데, 1700년대 영국에서 내구성과 품질이 훨씬 좋은 로만시멘트가 개발되어 널리 사용되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시멘트는 포틀랜드시멘트라고 불리는 시멘트로, 용도와 사용 시기에 따라 그 안에서도 다양한 시멘트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부어 굳히는 콘크리트
콘크리트는 앞서 말했듯 골재와 시멘트가 혼합된 것이다. 골재의 종류와 입자의 크기, 사용되는 부위, 콘크리트를 섞는 데 사용되는 혼화제의 유무 등에 따른 성질이 각기 달라 이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보통 콘크리트가 있고, 경량 골재를 사용한 경량 콘크리트, 다량의 기포가 함유된 기포콘크리트 등이 가장 널리 사용되며, 이외에도 용도에 따른 매우 다양한 콘크리트가 있다.
보통 거푸집을 대어 형태를 만들고 그 안에 부어서 굳히는 방식으로 사용하는데, 이 과정을 콘크리트 타설이라고 한다. 콘크리트 타설은 물이 사용되는 작업이므로,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일반적으로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울 때 타설이 진행되면 콘크리트의 강도나 내구성이 떨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겨울철에도 최소 영상 4도 이상일 때 작업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부득이한 경우, 한중콘크리트나 서중콘크리트를 사용해 이를 보완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 부득이하게 타설 및 양생이 진행될 경우 현장 전체를 천막 등으로 덮고 내부에서 난방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용과 안전상의 문제로 추천할만한 방법은 아니다.
환상의 짝꿍, 철과 콘크리트
콘크리트는 누르는 힘, 즉 압축력에는 강하지만, 당기는 힘에는 매우 약하다. 반면 철은 압축력에는 약하지만, 인장력에는 매우 강해 쉬이 절단되지 않는다. 그러나 철은 외부에 노출될 경우 산소와 물로 인해 쉽게 부식된다. 그러므로 철근을 거푸집 안쪽에 세우고 콘크리트가 철근을 감싸는 방식으로 시공하면 두 재료의 약한 성질을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콘크리트에는 물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여름과 겨울을 반복적으로 겪다보면 자연스럽게 균열이 생길 수 있도 있는데, 균열이 발생한 이후에도 내부의 철은 이 구조체의 안정성을 담보해주며, 콘크리트로 인해 압축력은 거의 받지 않게 된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방식은 현대 건축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구조방식이다. 안정적이고, 다양한 형태 구현도 가능하다. 집을 만드는 데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서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캐스트 방식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유선형의 건축물도 만들 수 있다.
내화성도 좋다. 목재는 타기 쉽고, 철재는 녹아 구부러져 붕괴될 수 있으나, 철근 콘크리트 방식은 쉬이 무너지지 않아 탈출할 수 있고 어느 정도 복구도 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점들 때문에 튼튼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어 안정감도 준다. 그러나 다른 구조방식에 비해 공사시에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고, 벽체가 두꺼워져 내부가 좁아질 수 있으며, 철골구조만큼 넓은 기둥 간격을 확보하지는 못한다.
마감재로서의 콘크리트
노출콘크리트 마감은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의해 대중화되었는데, 이 방식에서 콘크리트는 구조체이자 마감재가 된다. 거푸집의 모양이나 재료에 따라 다양한 무늬를 만들어낼 수 있고, 건축재료 본연의 질감을 살려내어 순수한 감명을 준다. 하지만 실제 공사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거푸집은 그리 매끈하지 않으며, 골재가 혼합된 콘크리트로 그리 정갈한 면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출콘크리트 건물은 거푸집을 탈형한 뒤 면을 고르게 하기 위해 갈아내고 미장하고 때로는 거푸집 모양을 새로 찍어내기도 한다. 노출콘크리트 마감은 다른 마감재를 사용하지 않으니 저렴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어떤 마감재보다 공정이 복잡하고 인건비가 많이 들어 가장 비싼 마감 방식에 속한다.
무엇보다 주택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구조체의 바깥에 단열재를 부착하는 방식을 외단열이라 하며, 주택의 단열방식 중 단열효과가 가장 좋다. 그러나 노출콘크리트 마감을 할 경우 외단열 방식은 적용할 수 없고, 내단열을 하면 단열효과도 떨어질 뿐 아니라 건축법상 면적 산정에 있어서도 불리하다. (건축법에서는 외단열 방식을 권장하고자, 외단열시 면적 산정을 더 유리하게 규정하고 있다.) 내외부 모두 노출콘크리트 마감을 하고자 할 경우 중단열을 적용할 수도 있는데, 이는 구조체 가운데에 단열재를 집어넣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중단열은 타설 시 단열재가 뜨거나 틈이 생길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아 기술을 가진 시공사가 많지 않다.
내부의 노출콘크리트 마감은,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우리 주택에는 적합지 않다. 아무리 표면 처리를 잘한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일부 면에 균열이 생기기도 하므로 청결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자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풍화와 균열이 생기고, 빗물에 오염된다. 표면처리와 정기적인 관리를 반드시 해줘야 하지만, 시간과 함께 변해가는 그 느낌과 구조체 자체의 미학을 선호한다면 노출콘크리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 사실 많은 건축가들이 거푸집을 탈형한 때의 구조체 모습에 감동하곤 한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공간
비록 다른 재료들로 마감되어 있더라도, 우리 대부분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건물에서 자고, 먹고, 일을 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공간은 콘크리트로 만든 공간이다.
자연에 가까운 삶도 좋지만, 중력을 거슬러 우직하게 서 있는 콘크리트 기둥,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 듬직하게 완성된 콘크리트 벽은 그 자체로 자연과는 다른 감동을 주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더 튼튼한 건물을 만들고자 했던 인류의 간절한 욕망들과 사람들의 땀으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덩어리에 조금은 따뜻한 눈길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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