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4. 01:06ㆍArticle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전원생활 2019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아기돼지 삼 형제의 막내는 벽돌로 집을 지어 바람과 적을 막아낸다. 벽돌집은 오래도록 우리에게 그렇게 튼튼한 집이었다. 편안하고 익숙한 재료, 벽돌이다.
오래된 익숙함, 벽돌
벽돌은 기본적으로 점토 등을 일정한 크기로 만들어 건조하거나 구워 만든 건축재료를 말한다. 성경에서도 바벨탑의 재료로 서술될 정도로 오래된 건축 재료로, 쌓아서 건물을 만든다. 돌보다는 가볍고 작아 가공과 시공이 쉽고 나무보다는 튼튼한 데다 원자재는 흙이라 구하기 쉽다. 게다가 다른 재료들보다 물이나 흙, 바람을 막아내는 데 강하다. 하지만 자연 상태의 재료를 한 번 더 가공해야하는만큼, 고급 자재였으므로 민가에까지 두루 사용된 것은 역사에 비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현재는 점토 외에도 시멘트와 화학재료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벽돌을 만들기도 하고, 한 손에 잡히는 기존의 벽돌 크기를 벗어나 다양한 형태와 비율, 크기의 벽돌을 사용하고 있다.
쌓아서 만드는 집
돌, 벽돌, 블록 등을 쌓아 올려 건축물의 힘을 받아내는 구조벽을 쌓는 방식을 조적조라 한다. 이렇게 쌓아 올려 만드는 재료들은 비교적 내구성이 우수한 재료들이다. 바벨론의 지구라트는 아직도 남아있고, 오래된 벽돌집들도 조금 낡았을지언정 재료 자체의 내구성은 괜찮은 편이다. 또한, 벽돌 등 작은 재료들은 여러 가지 장식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돔과 아치의 개발로 비교적 넓은 공간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높은 층고나 여러 개의 층을 가진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벽이 매우 두꺼워져야 해 부적절하며, 인력이 많이 투입되어야 하므로 현재에는 부적절하다. 무엇보다 조적 방식은 횡력에 약해 내진 성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또한 여러 겹으로 쌓지 않을 경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최근 오래된 건축물들의 분위기가 각광받으면서 다양한 근대 건축물들과 오래된 건축물들이 상업시설로 재사용되고 있다. 70~80년대까지 지어진 수많은 작은 건물들은 건축물대장에‘연와조’로 명시되어 있는데, 이것은 벽돌구조 방식을 말한다. 대부분의 이런 건물들은 현재 사용하기에 구조적으로 안전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리모델링을 진행할 경우 반드시 구조 안전 진단을 받고 철골 등으로 구조를 보강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마감재가 된 벽돌
조적조로 지어진 집은 앞서 말했듯 취약점이 많아 이제 조적조로는 거의 집을 짓지 않는다. 하지만 벽돌은 그 자체가 주는 느낌이 따뜻하고 오래되어도 그 낡음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어 마감재로도 각광받고 있다.
벽돌을 구조체가 아니라 마감재로 쌓아 만드는 것을 치장쌓기라고 한다. 벽돌 치장 쌓기는 철근 콘크리트조 주택이나 목조 주택 모두에 가능하다. 포항 지진 시 벽돌 마감재가 벽체에서 떨어진 것을 보고 한동안 벽돌 마감재 쓰기를 한동안 많이 꺼려했지만, 이는 제대로 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치장벽돌은 골조벽에서 반드시 5센티미터 정도 띄워서 쌓아야 마감면을 수직으로 평탄하게 만들 수 있고, 구조적으로도 조금 더 안전하다. 또한 치장쌓기 한 벽돌부는 구조적으로 완전하지 않으므로, 골조체로부터 일정 간격으로 몇 단마다 브라켓 등의 치장 보강 철물을 설치해야 벽돌이 무너져 내리거나 구조체에서 이탈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일정한 간격으로 물구멍과 숨구멍을 만들어주어 통풍과 배수가 가능하도록 해야 구조체와 외장재 모두의 내구성을 지키고 하자를 막을 수 있다. 모든 공정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벽돌 치장 쌓기를 할 경우에는 반드시 표준 시방에 따라 시공하여야 한다.
벽돌쌓기는 체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며, 어느 정도 기술도 필요로 하므로 인건비가 많이 든다. 그리고 구조벽과 단열재 바깥에 공간이 생기고 벽돌 두께가 또 있으므로 벽체가 매우 두꺼워진다. 두꺼운 벽체와 공기층은 단열에도 꽤 도움이 되지만, 대지 여건과 공사비에 따라서는 두꺼운 벽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최근에는 벽돌 타일도 많이 사용한다. 벽돌 자체를 얇게 켜서 타일처럼 만들어 타일과 같은 방식으로 시공하는 재료인데, 인건비와 재료비는 절감하면서 벽돌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상황에 따라 벽돌 타일의 선택도 나쁘지 않다.
비바람을 맞으면서 풍화와 마모도 진행되지만 벽돌과 벽돌 줄눈에서 백화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벽돌 자재의 흡수율을 확인하고 우천 시 시공을 피하며 조적용 모르타르 반죽 시에도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등 시공과정에서 1차적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시공 후 발수제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 되었든, 백화현상 방지를 고려하는 것은 벽돌 마감재의 내구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벽돌
예전에는 벽돌 하면 점토로 만든 붉은 벽돌을 주로 떠올렸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벽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적벽돌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지만 다른 색상이나 다른 방식으로 마감하여 색을 낸 벽돌들도 있고, 다른 재료로 만들어진 벽돌들도 있다.
시멘트 벽돌 역시 예전에는 내부에 간단한 벽을 만드는 데에만 쓰였지만 요즘은 마감재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예전에 주로 사용했던 기본 시멘트 벽돌은 저렴하지만 쉬이 부스러져 가루가 생기고 보기에도 좋지 않아 미장을 하거나 마감재를 덧대어 마감했다. 반면 요즘 마감재로 사용되는 시멘트 벽돌은 외장 마감을 위해 개발된 것으로 밀도와 강도가 기존 시멘트 벽돌과는 다르다. 일반 벽돌과는 다르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주고 크기나 비율도 기존과는 달라 많이 쓰이고 있다.
고벽돌 역시 빈티지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주어 많이 선호하는데, 청고 벽돌, 백고 벽돌 등이 가장 많이 쓰인다. 고벽돌의 경우 실제 오래된 집들에서 나온 진짜 고벽돌은 중국산이다. 대부분 국산 고벽돌은 일반 적벽돌에 고벽돌과 같은 무늬의 코팅을 한 것으로 시공 시 모서리 등이 파손되면 곳곳에 붉은 부분이 나타나기도 한다. 당연히 중국산 고벽돌이 더 비싼데, 이 벽돌들은 미려하고 시공 중 일부 파손이 되더라도 색의 차이가 없어 좋지만, 오래된 자재이므로 반드시 흡수율을 확인하고 발수제 처리를 해주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었던 전벽돌(전돌)도 있다. 전벽돌은 보다 고온에서 소성한 것으로 흡수율이 거의 없고 내구성이 좋지만 그만큼 비싸다. 이외에도 흙벽돌, 현무암벽돌 등 외장재로 사용 가능한 벽돌은 매우 다양하다.
낡음이 멋이 되는 재료
벽돌은 인건비가 비교적 많이 들기 때문에 그리 저렴한 재료는 아니지만, 충분히 감수할만한 장점이 그득하다.
흔히 사용되는 외장재 중 석재는 강한만큼 오래되어도 변함이 거의 없고, 목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뒤틀리거나 색이 바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벽돌은 비바람과 충격에 어느 정도 마모되지만 그 낡음마저 멋스러운, 멋지게 늙어가는 재료다. 흙으로 만든 것이기도 하고, 하나하나 쌓아서 만들어낸 것에서 오는 감동도 있다. 벽돌로 만든 공간은 든든하면서도 따뜻하다.
'Art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축가의 주택탐구] 바람을 통해 숨쉬는 집 (0) | 2020.12.04 |
---|---|
[건축가의 주택탐구] 튼튼한 집, 콘크리트 집 (0) | 2020.12.04 |
[건축가의 주택탐구] 가장 익숙한 재료, 나무와 집 (0) | 2020.12.04 |
[건축가의 주택탐구] 집은 흙으로, 땅 위에 짓는다 (0) | 2020.12.04 |
[건축가의 주택탐구] 집과 물, 잘 쓰고 잘 버리고 잘 막아내는 집 (0) | 2020.12.04 |